‘부상병’ 오지환·송은범·이상호, 잠실구장 깜짝 방문

입력 2021-11-05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 오지환(왼쪽)과 이상호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PO 1차전 시작에 앞서 관중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LG의 특별한 ‘손님’…그해 가을은 따뜻했네

골절·십자인대 파열 등 부상 불구
관중석서 동료 응원하며 ‘장외경기’
구단선 영상 메시지 통해 쾌유 기원
팬들 열띤 박수 가세…그들은 원팀
갑작스러운 부상에 다친 몸도, 그라운드에서 함께 하지 못하는 마음도 모두 성치 않다. 하지만 퇴원 직후 집보다 먼저 찾은 곳은 야구장이다. 시간이 허락되는 한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함께 했으며, 그 뒤에는 관중석으로 자리를 옮겨 마음을 전했다. 2021년 가을, LG 트윈스는 ‘진짜 원 팀’임을 증명했다.

LG-두산 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 1차전을 앞둔 4일 잠실구장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LG 오지환(31), 송은범(37), 이상호(32)가 그 주인공들이다.

사실 이들의 정규시즌 활약을 고려하면 포스트시즌(PS) 엔트리 합류는 당연했다. 하지만 각기 다른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오지환은 10월 2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좌측 쇄골 골절, 이상호는 10월 12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갈비뼈 골절, 송은범은 8월 14 일 잠실 롯데전에서 십자인대 파열상을 입었다.

모두 가벼운 수준이 아닌 부상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동료들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로 잠실구장을 찾았다. 모두의 마음이 결연했지만, 특히나 오지환은 2일 수술을 받고 3일 회복한 뒤 4일 퇴원과 동시에 야구장으로 향했다. 수술 2일차, 부기도 채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편한 몸을 이끈 이유는 역시 동료들에 대한 마음 때문이었다.

본인이 가장 답답할 텐데도 오히려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전해왔다. 오지환은 수술을 앞두고 선수단 단체 채팅방에 “그동안 고생 많았다.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무릎 수술 이력이 있었던 고우석은 “본인이 아플 텐데 티를 안 낸다. 그런 말을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진짜 멋있는 사람, 멋진 선배”라고 감탄했다.

이들은 팀 훈련을 전후로 라커룸에 머물며 동료들을 격려한 뒤 관중석으로 이동해 선전을 응원했다. 구단에서도 경기 개시 직전 전광판에 이들의 영상을 띄우며 쾌유와 격려를 빌었다. 함성을 지를 수 없는 팬들도 열띤 박수를 보냈다. 어떤 시구행사보다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사령탑 이전에 선배이자 동료로서 팀에 헌신해온 선수들의 부상을 마음 아파했다. 올 여름 송은범의 부상 직후 모자에 그의 등번호 46번을 직접 적었다. 이상호의 부상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끼리 동료의 번호를 적는 광경은 흔하지만, 감독까지 나선 사례는 드물다. 류 감독은 “송은범의 헌신을 동료나 코칭스태프가 모르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지환이 부상으로 PS를 함께하지 못하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팀 승리라는 목표 아래 개인의 욕심을 지운 원 팀. 몸 상태는 중요치 않았다. 이 가을 LG는 진짜 하나로 거듭났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