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도전·연수 고민했던 박항서, 베트남의 신뢰에 동행 연장했다 [비하인드 스토리]

입력 2021-11-1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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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항서 감독(62)이 베트남축구와 동행을 1년 연장했다.

베트남축구협회(VFF)와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사인 DJ매니지먼트는 10일 공동 발표문을 통해 “양측이 1년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베트남축구 발전에 대한 높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이는 2019년 맺은 2+1년 연장계약에 대한 옵션 발효”라고 밝혔다.

2023년 1월 31일까지인 계약연장은 아주 상식적 결정이다. 박 감독은 각급 무대에서 주목할 만한 역사를 썼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과 그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진출의 성과를 냈고, A대표팀으로는 10년 만에 ‘동남아 월드컵’인 2018 스즈키컵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2019년 동남아시안(SEA) 게임에선 6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고, 베트남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2022카타르)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박 감독은 그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8월 베트남축구계에서 활동한 외국인 최초로 2급 노동훈장을 받았다.

다만 박 감독의 마음은 복잡했다. 서로에게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쉼 없이 내달리면서 ‘비움’의 과정만 반복한 그는 새로운 흐름을 채우기 위한 해외연수를 염두에 뒀다. 2020도쿄올림픽을 마친 뒤 유럽과 남미로 향한 김학범 감독처럼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은 채 짧은 쉼표를 찍고 싶었다. 이 와중에 여러 해외 협회들이 접촉해오면서 다음 행보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러나 VFF의 생각은 달랐다. 자국 축구를 뿌리부터 완전히 변화시킨 지도자와 헤어질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8월말 시작한 ‘연장 옵션’ 논의는 베트남대표팀이 중동 원정 2연전에 나선 10월 중순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는데, 최종예선 성적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음에도 VFF는 박 감독 이외의 대안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꾸준히 “베트남축구의 미래를 위해 일해달라. 계속 팀을 성장시켜달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합의에 이르게 됐다.

계약연장 발표 시점도 흥미롭다. 하노이 마이 딘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일본과 최종예선 A조 5차전 홈경기 전날이었다. 월드컵 본선행이 어렵더라도 서로의 신뢰관계가 굳건함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기에 좋은 시기였다.

다만 역할은 일부 조정된다. 박 감독은 2017년부터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동시에 이끌었으나, 내년 5월 2021 SEA 게임(1년 연기)이 끝나면 A대표팀만 지휘하기로 했다. 더욱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A대표팀 운영을 위해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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