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던 가을의 자격 증명…KT 배제성도 2022년 배제성을 기대한다

입력 2021-11-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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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를 앞둔 시점, KT 배제성은 "기회가 온다면 꼭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했다. 그리고 4차전 승리투수가 되며 우승을 확정짓고 다짐을 지켰다. 사진제공 | KT 위즈

1승, 아웃카운트 7개가 부족했다. 최근 3년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토종 투수라는 자부심은 분명했지만, 누적 지표의 ‘처음’과 ‘연속’ 기록은 무산됐다. 그러나 기록이 선수의 모든 것을 증명하진 않는다. 배제성(25·KT 위즈)은 올 가을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증명했다.

2020년 11월 13일 고척돔에서 열린 KT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4차전.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KT는 4차전 선발투수로 배제성을 내보냈다. 배제성은 당시를 “1년 내내 ‘꾸역투’만 하다가 시즌 중 가장 좋은 공을 던졌던 날”로 회상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배제성을 2.2이닝 만에 내렸다. 2안타 1볼넷 4삼진으로 호투하던 배제성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결국 KT는 불펜 싸움에서 밀려 4차전을 내주고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이 감독도 이날, 평소보다 빨랐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수차례 곱씹었다.

배제성도, KT도 1년 사이 훌쩍 자랐다. 배제성은 2021년 두산과 한국시리즈(KS) 4차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6삼진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우승을 완성했다. 4차전을 앞두고 “내 손으로 결정지을 기회가 꼭 왔으면 좋겠다. 그럼 보여줄 자신 있다”는 다짐이 현실로 바뀌었다.

스스로도 예상 못한 기회였다. 배제성은 앞선 포스트시즌(PS) 경기들을 모니터했는데, 두산이 삼성 라이온즈를 넘어 KS에 오르는 순간 불펜행을 직감했다. 그는 “불펜 준비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소)형준이가 두산을 상대로 워낙 좋았으니 선발에 자리가 없을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 감독의 선택은 고영표의 불펜행이었다. 가장 믿을 만한 카드를 위기에 기용하겠다는 포석에서다. 배제성은 4차전 선발로 낙점됐고 자신의 경기에서 팀을 우승트로피로 이끌었다.

KT 배제성은 한 해 한 해 성장하며 팀 토종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스스로도 2022년, 한 걸음 더 성장한 자신을 그리고 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가을은 배제성을 한 층 더 성장하게 했다. 3차전을 앞둔 당시 배제성은 “우리 팀 정말 미쳐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PO 때만 해도 그는 불펜에만 머물렀다. 고척돔 불펜은 지하에 있다. 그라운드와 단절돼있기 때문에 가을의 분위기를 즐기지 못했다. 배제성은 “결과를 떠나서 야구가 너무 재밌다. 우리 팀이 정말 강해졌다. 확실히 체력을 좀 회복하니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정규시즌 26경기에서 141.2이닝을 소화하며 9승10패, 평균자책점(ERA) 3.68을 기록했다. ERA, 삼진 비율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커리어하이를 찍었지만 팀 최초의 3년 연속 10승에서 1승이 부족했고, 개인 첫 규정이닝 진입에도 2.1이닝이 모자랐다.

“아쉽다. 하지만 내 스스로는 더 높은 클래스의 선수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보다 올해가 좋았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것이다. 올해의 경험을 통해 내년 더 좋아질 것을 자신한다. 매년 좋아지고 있는데 팀 성적까지 오르고 있다. 앞으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1군 풀타임 첫해에는 불펜에서 선발로 승격됐고, 지난해에는 좋지 않은 몸 상태로 구속이 확 떨어졌음에도 버티기 모드였다. 100% 자신감으로 시즌을 치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여기에 큰 경기에서 긴장하지 않고 능력을 발휘해 우승 반지를 따낸 경험까지 더했다. 배제성도 2022년의 배제성을 기대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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