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해 2주간 동계훈련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스토리사커]

입력 2022-01-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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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현재 터키 안탈리아에서 훈련 중이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8차전을 앞둔 벤투호는 2차례 평가전(15일 아이슬란드, 21일 몰도바)을 통해 전력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이번 소집에는 모두 26명을 불러들였는데, 김승규(가시와 레이솔)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K리거들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니어서 해외파는 빠졌다. 이번 훈련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만의 ‘로컬 룰’ 덕분에 가능했다. ‘월드컵 본선에 한해 해당 해의 1, 2월 중 2주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별도의 훈련보강 기간을 가질 수 있다’는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에 근거해 소집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런 로컬 룰이 생겼을까.

한국축구와 2002년 월드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4강 신화는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게 K리그의 희생이다. 대표팀은 ‘국가적인 대사’라는 명분으로 선수들을 마구 차출했다. 사실상 소집 기한도 없었다. K리그 구단들은 선수 연봉을 주면서도 무소불위의 월드컵 앞에서 많은 걸 양보해야 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대표팀을 맡은 외국인 감독들도 K리그를 얕잡아 봤다. 선수는 언제든 부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에 K리그가 반발했다. ‘대표팀이 살아야 프로가 산다’가 아니라 ‘프로가 살아야 대표팀도 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차출 규정에 대해서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06년 월드컵을 앞두고도 과도한 차출 관행이 이어졌다. 대표팀이 6주간의 해외 전지훈련을 계획하자 구단들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K리그와 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소집규정 개정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게 2005년 12월이다.

양쪽이 마주 앉아 지혜를 모은 결과, 국내에 처음으로 FIFA 룰을 적용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월드컵뿐 아니라 올림픽이나 아시안컵 등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는 국제대회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소집 기간을 명시해 갈등의 소지를 없앴다.

다만, 예외로 둔 것이 보강훈련 기간이다. 2006년 1월엔 6주 훈련이 이뤄졌지만, 그 이후 월드컵의 해에 한해 1,2월 중 3주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별도의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정도 없이 감독이 원하는 만큼 소집하던 관행을 막은 것이다. 2007년 올림픽대표팀 소집 문제로 또 다시 상당 기간 진통을 겪긴 했지만, K리그와 대표팀은 더 이상 일방통행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왔다.

3주간의 보강 훈련기간이 2주로 줄어든 것은 2014년 12월이다. 해외파가 늘어나면서 대부분 K리거로 구성된 대표팀의 보강훈련 의미가 많이 퇴색된 탓이다. 아울러 선수 소집 개시일도 FIFA 규정 개정에 따라 월드컵 예선의 경우 해당 경기일의 월요일부터 소집 가능하도록 했고, 본선의 경우에도 FIFA 규정(개막 14일전)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기존 개막일 30일 전에서 개막일 3주 전의 월요일까지로 바꿨다. 시대의 흐름 속에 규정도 FIFA 룰에 근접해갔다.

이제 월드컵이란 명분으로 별도의 소집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고 월드컵이 갖는 파급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 합의점이 바로 2주간의 동계훈련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이 훈련의 운명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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