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축구는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 소속이던 박주영의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 선발을 놓고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았다. 반대 입장에선 크게 두 가지가 불만이었다. 병역기피 의혹과 소속 클럽에서 못 뛰어 실전 감각이 무뎌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병역 문제는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2008년 여름 프랑스리그 AS모나코로 이적한 박주영은 모나코 왕국으로부터 10년간의 장기체류 자격을 받았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무기한 체류 자격 또는 5년 이상 장기체류 자격을 얻어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은 37세까지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를 받을 수 있다. 결국 박주영도 30대 중반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했다. 당시 27세였던 박주영이 “반드시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고 호소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 탓에 그 해 5월 발표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2차전 소집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어쨌든 한국의 최고 스트라이커는 박주영이고, 메달 목표를 위해선 그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여론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홍 감독은 선수의 직접 해명 없이는 선발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련된 자리가 6월13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이다.
논란이 된 선수가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등장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모든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박주영은 “어떤 상황이 와도 현역으로 입대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홍 감독도 거들었다. “박주영 선수가 군대를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며 여론에 호소했다.
홍 감독의 추진력은 효과를 봤다. 그날 이후 부정적인 여론은 많이 가라앉았다. 수순대로 박주영은 와일드카드에 포함됐다. ‘원 팀’으로 상징됐던 ‘홍명보호’는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사상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박주영은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스승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는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 둘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함께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번엔 K리그에서 의기투합했다. 울산 현대에서 감독과 선수로 한솥밥을 먹는다. FC서울과 결별하고 선수생활을 이어가려던 박주영은 홍 감독을 찾았다. 팀의 3번째 스트라이커가 필요했던 홍 감독은 계약 조건을 백지위임한 박주영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질기고 질긴 게 인연이다. 축구계의 스승과 제자도 마찬가지다.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경우를 자주 본다. 10년 전 홍 감독과 박주영은 런던에서 서로에게 최고의 선물을 건넸다. 2022시즌 ‘우승’과 ‘부활’을 목표로 울산에서 손을 맞잡은 둘이 이번에도 최고의 한해를 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2008년 여름 프랑스리그 AS모나코로 이적한 박주영은 모나코 왕국으로부터 10년간의 장기체류 자격을 받았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무기한 체류 자격 또는 5년 이상 장기체류 자격을 얻어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은 37세까지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를 받을 수 있다. 결국 박주영도 30대 중반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했다. 당시 27세였던 박주영이 “반드시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고 호소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 탓에 그 해 5월 발표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2차전 소집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어쨌든 한국의 최고 스트라이커는 박주영이고, 메달 목표를 위해선 그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여론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홍 감독은 선수의 직접 해명 없이는 선발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련된 자리가 6월13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이다.
논란이 된 선수가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등장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모든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박주영은 “어떤 상황이 와도 현역으로 입대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홍 감독도 거들었다. “박주영 선수가 군대를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며 여론에 호소했다.
홍 감독의 추진력은 효과를 봤다. 그날 이후 부정적인 여론은 많이 가라앉았다. 수순대로 박주영은 와일드카드에 포함됐다. ‘원 팀’으로 상징됐던 ‘홍명보호’는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사상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박주영은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스승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는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 둘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함께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번엔 K리그에서 의기투합했다. 울산 현대에서 감독과 선수로 한솥밥을 먹는다. FC서울과 결별하고 선수생활을 이어가려던 박주영은 홍 감독을 찾았다. 팀의 3번째 스트라이커가 필요했던 홍 감독은 계약 조건을 백지위임한 박주영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질기고 질긴 게 인연이다. 축구계의 스승과 제자도 마찬가지다.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경우를 자주 본다. 10년 전 홍 감독과 박주영은 런던에서 서로에게 최고의 선물을 건넸다. 2022시즌 ‘우승’과 ‘부활’을 목표로 울산에서 손을 맞잡은 둘이 이번에도 최고의 한해를 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