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츠코 형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은퇴 후 정치인으로 변신해 2014년부터 키예프 시장을 맡고 있는 비탈리 클리츠코는 24일(현지시간) 영국 방송사 ITV의 뉴스쇼 ‘굿모닝 브리튼’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빚어진 피비린내 나는 이번 전쟁에서 동생이자 함께 세계를 제패한 동료인 블라디미르와 함께 무기를 들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겐 다른 선택이 없다. 그렇게 해야 한다. 나는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키예프가 위협받고 있다며 시민들을 위한 전기, 가스, 수도 등 주요 기반시설 지원을 위해 경찰, 군과 협력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군인’으로서 키예프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며 “나는 우크라이나를 믿는다. 이 나라와 국민을 믿는다”고 말했다.
반러, 친서방 성향의 비탈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불거졌을 때부터 동생인 블라디미르와 함께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영국 정론지 가디언에 따르면 형과 마찬가지로 전직 프로 복싱 챔피언인 블라디미르는 이달 초 앞장서서 예비군에 가입했다. 그는 조국을 사랑하기에 지키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블라디미르는 현지시간으로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은 강하다. 이는 끔찍한 이번 시련에서 진실로 남을 것이다. 러시아인을 형제로 생각하는 우리 국민은 주권과 평화를 열망한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 국민은 기본적으로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걸 안다. 우크라이나인은 민주주의를 선택했다”며 “(하지만)민주주의는 취약한 제도다.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 그것은 시민의 의지, 모두의 헌신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민 모두 이번 전쟁에 나서자고 독려한 것.
클리츠코 형제는 프로복싱 사상 첫 형제 동시 헤비급 세계 챔피언으로 유명하다.통산 전적은 비탈리가 45승(41KO) 2패, 블라디미르가 64승(53KO) 5패를 기록했다.
비탈리는 지난 1999년 세계복싱기구(WBO)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타이틀을 따낸 21세기초 대표적인 헤비급 복서다. 2005년 무릎 부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가 2008년 현역에 복귀한 뒤 그해 10월 다시 WBC 헤비급 타이틀을 탈환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동생 블라디미르도 2000년 WBC 헤비급 타이틀, 2001년 WBO 헤비급 타이틀을 따냈고 2006년에는 국제복싱연맹(IBF)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다. 지난 2008년에는 국제복싱기구(IBO) 헤비급 타이틀까지 따내며 4대 기구 헤비급 챔피언 기록을 세웠다.
같은 체급이었지만 어머니의 뜻에 따라 형제 대결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클리츠코 형제는 둘 다 체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수재다. 러시아어, 영어, 독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박사학위를 받은 세계 프로복싱 챔피언은 클리츠코 형제가 유일하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