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스탁 첫 실전, 구위+퀵모션 ‘합격’·변화구+이닝소화 ‘아직’ [SD 분석]

15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 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두산 스탁이 역투하고 있다. 수원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두산 베어스는 새 외국인투수를 선발할 때면 늘 확실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 기준은 구위였다. 최근 2년만 봐도 2020년 라울 알칸타라-크리스 플렉센, 2021년 아리엘 미란다-워커 로켓의 원투펀치 모두 최고구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기반으로 투구했다.

올해 새로 합류한 우완 로버트 스탁(33)도 마찬가지. 지난해 직구 최고구속 162.5㎞, 평균구속 155㎞를 기록한 파이어볼러다. 그러나 기존 투수들과는 조금 달랐다. 메이저리그 통산 55경기 중 선발등판이 3차례에 불과했고, 통산 삼진(76개)/볼넷(40개) 비율과 9이닝당 볼넷(5.0개) 기록도 썩 좋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최고의 무기인 강속구의 제구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탁의 시범경기 첫 등판인 15일 수원 KT 위즈전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스탁은 이날 2.1이닝(34구) 동안 1안타 1볼넷 2삼진 2실점(0자책점)을 기록했다. 3회말 선두타자 오윤석을 상대로 땅볼을 유도하고도 3루수 권민석의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한 게 실점과 연결됐다. 직구(24개) 최고구속은 156㎞까지 나왔고, 스트라이크(16개)와 볼(8개)의 비율은 나쁘지 않았다. 체인지업(4개), 슬라이더, 커브(이상 3개) 등 변화구도 곁들였다.

직구는 확실히 위력적이었다. 제구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2회말 KT 김병희가 시속 148㎞의 직구를 노려 치고도 중견수 뜬공에 그칠 정도로 볼 끝 또한 좋았다. 높은 타점이 동반되니 스피드건에 찍힌 구속 이상의 위력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직구 일변도의 투구로는 긴 이닝을 버티기 쉽지 않다. 그만큼 변화구 구사가 중요하다. 1회말 조용호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엮어낸 장면을 음미할 만하다. 좌타자의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각도가 상당히 예리했다. 우타자 장성우와 배정대를 상대로 2차례 헛스윙을 유도한 슬라이더도 준수했다. 그러나 커브는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났다.

15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 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에서 3회말 1사 1, 2루 두산 스탁이 마운드를 내려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수원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슬라이드 스텝은 주자 1루 시를 기준으로 1초21~1초24에 형성됐다. 나쁘지 않은 수치다. 2회말 1루주자 헨리 라모스의 2루 도루를 저지했을 때 슬라이드 스텝은 1초23이었다. 포수 박세혁의 정확한 송구가 동반되면서 넉넉한 타이밍에 라모스를 잡아낼 수 있었다. 기습적인 1루 견제도 주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다. 누상에 주자를 두고 이날과 같은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불필요한 실점은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관건은 얼마나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느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스탁의 첫 등판을 앞두고 “이닝 제한을 두진 않았고, 본인의 느낌이 괜찮으면 더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스탁의 투구수는 34구에 불과했다. 이닝소화능력에 따른 물음표를 완벽하게 떨치진 못한 셈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