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배구 못 갔지만…현대캐피탈, 홍동선은 건졌다! [V리그]

입력 2022-03-23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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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 코칭스태프가 홍동선(21)을 처음 본 건 2019년 4월이었다. 시즌이 끝나고 편하게 쉬어도 될 법한데도, 최태웅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태백산배 전국중·고 배구대회’를 보러 출장을 갔다. 현장을 찾다보면 간혹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홍동선이었다. 우연히 본 경기에서 송산고 3학년 홍동선은 눈에 확 띄었다. 키울만한 재목이라는 판단에 코칭스태프는 군침을 삼켰다.

2년이 흐른 지난해 9월, 현대캐피탈은 2021~2022 신인드래프트에서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의 1라운드 지명권과 함께 1, 2순위 지명권을 모두 확보한 현대캐피탈은 1순위로 인하대 2학년 홍동선(198cm)을 뽑았다. 그렇게 인연의 고리가 이어졌다. 최 감독은 “앞으로 한국배구에서 신장 2m 가까운 레프트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선택했다. 기본기가 좋고, 발전가능성을 봤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홍동선은 팀에 합류해 빠르게 적응했다. 낙천적인 성격에 선배들에게도 먼저 다가가는 살가운 신인이다. 팀 내에선 문성민, 박상하, 최민호 등 베테랑 선수들과 특히 잘 어울리면서 많은 조언을 듣고 있다.

기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스윙이 빨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볼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 또 공격 폼이 좋아 스트레이트와 크로스 공격 모두를 소화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대한항공과 1라운드 경기를 통해 프로 신고식을 했다. 8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은 66.67%였다. 눈치 보지 않고 때리는 과감함이 인상적이었다. 5라운드까지 간간히 교체로 9경기를 뛰며 프로 무대 분위기를 익혔다. 그때까지 총 28점을 기록했다.

홍동선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건 6라운드다.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개인 최다인 13점을 올린 것을 비롯해 우리카드전에서도 12점을 거뒀다. 2경기 모두 공격성공률이 50%를 넘었고, 서브에이스를 3개나 기록했다. 리시브와 디그도 곧잘 했다. 코칭스태프는 “배우려는 자세가 좋고, 기술 습득이 빠르다. 또 정규 훈련 이외의 시간에도 혼자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이라며 칭찬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성장이다. 파워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마른 체형인 홍동선은 구단의 체계적인 관리 아래 살을 찌우고 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90kg이 목표다. 정교하고 영리한 스윙에 힘을 겸비한다면 대형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게 구단의 판단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외국인 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모두 잃은 건 아니다. 홍동선 같은 신예를 발굴한 것은 큰 수확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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