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양창섭. 스포츠동아DB
그러나 장필준의 컨디션 난조로 양창섭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입단 첫해인 2018년 19경기에서 7승6패, 평균자책점(ERA) 5.05를 올리며 선발진에 큰 힘이 됐다. 하지만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아 이듬해를 통째로 쉰 탓에 어둠이 드리워졌던 게 사실이다. 지난 2년간 1군 등판이 총 16경기에 그쳤는데, 그나마도 모두 구원이었다. 데뷔 시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기억이 점점 잊혀져갈 무렵 주어진 선발경쟁의 기회, 그로선 결코 놓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과정은 매우 순조롭다. 첫 등판이었던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3안타 2볼넷 3삼진 무실점으로 첫 승을 따냈고, 13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6이닝 4안타 1홈런 무4사구 4삼진 1실점으로 2승째를 따냈다. 2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팀의 12-1 승리에 기여하며 선발진에서 유일한 2승 투수가 됐다. “양창섭은 구종으로 양 코너를 활용할 줄 아는 투수”라며 “마운드에 서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지만, 포수 강민호가 양창섭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좋은 투구가 가능할 것”이라던 허 감독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날 양창섭은 최고구속 144㎞의 직구(44개)와 슬라이더(28개), 포크볼(9개), 커브(6개)를 섞어 총 87구를 던졌다. 이닝당 14.5구의 효율적 투구였다. 특히 22명의 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81.8%(18회)에 달했는데, 이는 4사구를 허용하지 않고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간 원동력이었다.
2회초 2사 후 장운호에게 불의의 솔로홈런을 허용한 뒤에도 공격적 투구를 멈추지 않았다. 3회부터 5회까지는 단 한 차례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은 비결이다.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덕수고 시절 2년 연속(2016~2017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던 에이스의 위용이 느껴졌다.
타자들도 모처럼 힘을 냈다. 앞선 5경기에서 총 12득점에 그친 아쉬움을 단박에 씻어냈다. 4-1로 앞선 6회말 호세 피렐라의 솔로홈런을 앞세워 3점을 뽑아 양창섭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고, 7회말에는 오재일의 3점홈런까지 터졌다. 둘 다 올 시즌 첫 홈런으로 팀과 양창섭의 승리를 도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선발진에 안착한 양창섭의 2022시즌이 기대된다.
대구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