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아레즈. 스포츠동아DB
선발투수의 기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표는 평균자책점(ERA), 이닝, 삼진,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등이다. 여기에 비춰보면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투수 앨버트 수아레즈(33)는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하다. 23일까지 올 시즌 9경기에 선발등판해 ERA 2.03(53.1이닝 12자책점), 52삼진, 14볼넷을 기록했다. QS는 7회에 달한다. “구위와 커맨드, 주자견제능력까지 모두 갖춘 투수”라는 허삼영 삼성 감독의 평가는 정확했다.
적응을 마치니 더욱 무섭다. 5월 4경기에선 25.1이닝 동안 3점만 내주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뽐냈다(ERA 1.07). 안정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고구속 150㎞대 중반의 직구와 투심패스트볼을 비롯해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의 완성도 또한 높아 상대 타자들이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구위가 더욱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그러나 이토록 위력적 투구를 펼치고도 개인 승리는 1승(3패)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불운의 아이콘이 따로 없다. QS를 작성하고도 2패를 떠안았고, 승리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를 내려간 3경기에선 불펜의 방화에 울었다. 불펜이 수아레즈의 패전을 1차례 막아줬지만, 개인 성적만 놓고 보면 잃은 게 더 많다. 삼성이 5월 내내 막강한 마운드를 앞세워 순항하고 있기에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타선도 다르지 않다. 수아레즈가 등판한 날 타선의 9이닝당 득점지원은 3.04점에 불과했다. 수아레즈가 강판되기 전까지의 득점지원은 고작 2점에 불과하니 그야말로 극한의 환경에서 승리를 노려야 했다는 의미다. 6이닝 4안타 2볼넷 11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도 승패 없이 물러난 21일 대구 KT 위즈전이 대표적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수아레즈가 등판한 경기에서 팀 성적이 4승5패로 승률 5할을 밑돈다는 점이다. 수아레즈의 투구만 보면 늘 팀 승리를 위한 환경을 만들고도 남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팀 승리 측면에선 수아레즈뿐 아니라 데이비드 뷰캐넌의 아쉬움도 클 법하다. 뷰캐넌은 9경기에서 모두 QS를 작성하며 4승3패, ERA 2.07로 분투했지만, 본인이 등판한 날 팀은 5승4패로 간신히 승률 5할을 넘겼다. 삼성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가 등판한 날 승리를 더 많이 쌓아야 한다. 9승9패(0.500)로는 부족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