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미란다. 스포츠동아DB
미란다는 63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오른 25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아웃카운트 2개만을 잡으며 7사사구 2삼진 4실점으로 무너졌다. 어깨 통증으로 4월 17일에야 올 시즌을 시작한 그의 성적은 3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ERA) 8.22.
구위와 제구 모두 기대치를 밑돌다 보니 기대할 수 있는 요소가 사라졌다. 최고구속 150㎞, 평균구속 146.4㎞였던 직구의 구위가 떨어지면서 변화구의 위력 또한 반감됐다. 올 시즌 미란다의 직구 평균구속은 141.3㎞에 불과하다.
미란다는 지난해 28경기에서 1완봉승을 포함해 14승5패, ERA 2.33, 225탈삼진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이 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지난해의 70만 달러보다 2.7배나 많은 총액 190만 달러(약 25억 원)에 재계약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190만 달러가 보장액이라는 사실은 두산의 속을 더욱 쓰리게 한다.
김 감독도 25일 피칭을 지켜보고 마음을 정한 듯했다. 그는 26일 KIA전에 앞서 “(미란다는) 다음 경기에서 좋아질 수 있다는 느낌보다는 힘들겠다는 느낌이 강했다. 일단 2군에서 던지게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준비하겠다. 교체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다. 2군에서 당장 시속 150㎞가 나오는 등의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지 않느냐”고 밝혔다.
구위도 구위지만, 제구를 잡는 것부터 문제다. 미란다는 올 시즌 7.2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19개의 4사구(18볼넷)를 허용했다. 피안타율은 0.087에 불과하지만,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2.61에 달한다.
김 감독은 “말로 설명을 해야 하느냐”며 쓴웃음을 지은 뒤 “본인이 가장 답답할 것이다. 본인이 어떻게든 하려고 했고,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지만 힘들 듯하다.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단 2군에서 던져보겠다면 훈련 일정은 본인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 체제에서 두산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외국인투수를 중간에 교체하지 않았다. 지난해 뛰었던 워커 로켓이 정규시즌 막판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대체자를 영입하진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시즌 중반 새 외국인투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좌우를 가릴 것도 없다. 빠르게 접촉해서 가능한 선수를 데려와야 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