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구청 서중원-남성빈 형제의 이색 사연…‘탁구 형제는 용감했다’

입력 2022-07-18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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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구청 서중원(오른쪽)과 남성빈. 사진제공 I 한국실업탁구연맹

“형은 내게 아버지이자 코치이자 감독이었다.”


한 탁구 형제가 전국 최고 복식 조합으로 거듭났다. 외모와 체형, 심지어 성(姓)도 다르지만 출중한 기량과 남다른 사연으로 탁구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영도구청 전력의 핵 서중원(27)과 남성빈(21)의 이야기다.


서중원-남성빈 복식 조는 최근 강진 제2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내셔널 실업탁구대회(강진오픈) 남자 복식 결승에서 최원진-김민호 조(이상 서울시청)에 3-1(9-11 11-7 11-9 11-6) 역전승을 거두며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외모와 경기 스타일, 성격 모두 달라 형제로 보이지 않는다. 신장은 서중원이 172㎝, 남성빈이 175㎝로 차이가 적지만 골격의 차이가 크다.


강우용 영도구청 감독은 “경기 스타일과 성격의 차이가 크다. (서)중원이는 중펜 라켓으로 포핸드 드라이브를 앞세운 기교파인 반면, (남)성빈이는 유럽선수처럼 테이블에 바짝 붙어 힘과 순발력으로 승부 한다”며 “성빈이가 즐기는 천재라면 중원이는 절실함과 성실성, 집중력이 뛰어난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6살 터울인 두 형제는 어머니 강 모씨(56) 슬하의 2남 2녀 중 각각 셋째와 넷째로 태어났다. 강씨는 첫 남편인 서 모씨와 사이에서 1남 2녀를 낳았지만 1995년 사별했다. 이후 강씨는 두 번째 남편 남 모씨와 사이에서 남성빈을 낳았지만 2012년 다시 사별해 홀로 택시운전을 하며 4자녀를 키워왔다.


이 같은 가정환경 속에서 서중원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됐다.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수업을 통해 탁구를 접한 그는 고교 졸업 후 영도구청에 입단한 뒤 가장으로서 자신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다.

영도구청 서중원(왼쪽)과 남성빈. 사진제공 I 한국실업탁구연맹


그의 정성이 통했을까? 남성빈은 형을 보고 5살 때 라켓을 잡아 주니어 국가대표에도 뽑히며 유망주로 거듭났다. 형제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강우용 감독이 주말마다 남성빈을 숙소로 불러 숙식과 훈련환경을 제공한 점도 그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서중원은 “아버지가 다르다는 게 부끄럽지 않았지만 동생이 걱정됐다”며 “탁구가 힘들다는 생각에 동생의 운동을 조금 반대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함께 탁구하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국프로탁구리그(KTTL)에서 서중원은 단·복식에서 11승(23패), 남성빈은 단식에서만 19승(15패)를 수확해 팀의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했다.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에 오르고자 의기투합한다.


남성빈은 “형은 내가 어긋날 때마다 잡아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며 “작년에 개인단식에서 처음으로 우승했었다. 태극마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중원도 “팀에서 제일 잘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그러면 어머니도 택시 운전을 그만두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강진 I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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