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양현준,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언젠가 흥민이 형과 대표팀에서” [주말인터뷰]

입력 2022-07-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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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양현준. 스포츠동아DB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2002년생 양현준(강원FC)의 질주가 시작되자 6만4000명이 들어찬 ‘상암벌’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토트넘(잉글랜드)의 친선경기 전반 추가시간, 그는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호령하는 수비수들을 따돌렸다. 수많은 축구팬들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토트넘전 사흘 뒤인 16일 양현준은 수원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2’ 22라운드 원정경기에 출전해 2골·1도움을 올리며 팀의 4-2 승리에 앞장섰다. 뒤꿈치로 패스의 방향만 바꾸는 재치 있는 마무리와 칩샷으로 골키퍼를 살짝 넘기는 여유까지 선보인 그는 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일주일 사이 K리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게 된 양현준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언젠가 흥민이 형과 대표팀에서 만나길”

토트넘전 양현준에게 매우 특별했다. 프로 2년차에 소속팀 강원을 대표해 올스타 격인 ‘팀 K리그’에 선발됐다. 상대는 한국축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손흥민을 비롯해 EPL 최고의 공격수 해리 케인, 월드컵 챔피언 골키퍼 위고 요리스 등이었다.

강원FC 양현준. 스포츠동아DB


베테랑들도 적잖이 긴장할 법한데 양현준은 주눅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긴장을 했다”며 “상대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굉장히 거칠어서 빡빡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경기에 몰입하다보니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고 돌이켜봤다.

몸이 풀린 양현준은 전반 추가시간 저돌적 드리블로 라이언 세세뇽, 다빈손 산체스, 에릭 다이어 등 EPL 현역 수비수들을 뚫었다. “역습이었는데 마무리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엄청난 선수들을 제쳐서 기분은 좋았지만, 프리시즌이고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서 가능했을 것”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그런데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후반 6분 라스(수원FC)의 골을 도왔고, 수준 높은 마르세유턴까지 선보였다.

양현준의 활약은 강원에서도 화제였다. 동료들은 복귀한 양현준에게 장난을 치며 토트넘전 후기를 들려주길 바랐지만,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출신인 최용수 강원 감독은 달랐다. “감독님은 드리블 후에 때린 슛이 골로 연결되지 않은 장면에 대해 조언을 해주셨다. 마무리 훈련을 더 하라고 하시더라. 평소에도 득점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하신다”고 털어 놓았다.

손흥민과 만남도 의미가 컸다. 양현준은 “경기장에서 (손)흥민이 형과 이야기를 못했는데 나중에 라커룸에 와서 드리블에 대해서 칭찬을 해줬다”며 웃었다. 이어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뛰어보니 더 간절해졌다. 언젠가는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뛰고 싶다. 스스로 더 많이 성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 양현준 성장은 현재진행형

양현준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드리블 능력에 비해 결정력이 아쉽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수원FC 원정경기에서 골잡이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솔직히 공격 포인트를 3개나 기록할 줄 몰랐다.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고, 그날따라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다”며 “뒤에서 묵묵히 수비를 해주고 격려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고 말했다.

강원FC 양현준. 사진제공 | K리그


2021년 강원에 입단한 양현준은 계속 성장 중이다. 자신의 강점은 물론 약점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발전을 꾀하는 영리한 선수다. “내 강점은 적극적인 플레이에서 나온다. 실수를 하더라도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어서 수비수한테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공을 끄는 것은 고쳐야 한다. 상황 판단을 빠르게 하고, 슛과 크로스를 보완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B팀 소속으로 K4리그에서 뛴 시간은 양현준에게 귀중한 자산이 됐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왔는데 템포의 차이로 고생을 했다. K4리그에서 뛰면서 템포, 압박에 적응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올해 강원의 주전 멤버로 자리 잡아 20경기에서 4골·4도움을 올렸고, ‘남대천 로번’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실제 양현준의 롤모델은 다른 선수다.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라 정말 감사하고 좋지만, 나의 플레이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며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뛰었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비셀 고베)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현준에게는 지금 당장 먼 미래를 내다볼 여유는 없다. 7승6무9패, 승점 27로 7위에 랭크된 강원의 순위를 더욱 끌어올려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 양현준은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를 기록했지만, 휴식기 동안 보완할 점이 많다. 이번 시즌 목표는 팀을 파이널라운드 그룹A(1~6위)에 올려놓는 것이다”며 “개인 목표를 공격 포인트 10개로 잡았는데, 15개로 올려야 할 것 같다”며 남은 기간 활약을 다짐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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