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손자까지’ 이용규의 세대를 건넌 KS…“영화 찍으려면 우승해야”

입력 2022-11-02 14: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키움 이용규.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 주장 이용규(37)는 KIA 타이거즈 시절인 2009년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통합우승을 경험했다. 당시 KIA의 최고참은 그의 15년 선배인 이종범 현 LG 트윈스 2군 감독이었다. ‘바람의 아들’로 불리는 이 감독은 지금도 타이거즈의 레전드로 남아있다. 당시 그가 달았던 7번은 구단의 영구결번이다.

이용규가 그 후 다시 KS 무대를 밟기까지는 무려 13년이 걸렸다. 한화 이글스를 거쳐 2021년부터 합류한 키움에서 다시 한번 영광을 재현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13년 전 우승 멤버였던 이 감독의 아들인 이정후(24)와 함께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정후도 2009년의 아버지처럼, 구단을 넘어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의 길을 걸으며 ‘바람의 손자’로 불리고 있다. 한마디로 올해 SSG 랜더스와 KS는 이용규에게 세대를 건넌 KS 무대다. 그는 “의미 있는 일이다. 더 큰 의미를 남기려면, 영화를 찍으려면 우승을 해야 하는 게 마지막 시나리오다. 정말 간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IA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던 이 감독처럼, 이용규도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키움의 덕아웃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이용규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모두 그의 경험이 녹아있다. “상대가 잘해서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가 못 해서 지진 말자”, “기본을 지키되 차분하게, 코치님들이 당부한 부분만 잘 지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준다.

2009년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KIA의 KS 상대는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였다. 7차전에서 5-5로 맞선 9회말 나지완(은퇴)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4승3패로 우승을 차지한 뒤 이용규는 선배들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그 때만 해도 2번째 KS 무대까지 13년이나 걸릴 줄은 본인도 몰랐다.

“그 때는 막연하게 ‘또 우승하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올해는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 때부터 도전자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키는 입장이 아니기에 선수들도 마음을 비우고 더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한때는 자존심을 내세우기도 했다. 2019시즌(당시 한화)을 통째로 쉬는 아픔을 겪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인고의 시간을 겪으며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홍원기 키움 감독 역시 이용규의 리더십이 선수단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늘 강조한다. 이용규는 “계속하다 보니 생각과 행동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이었다면 쓸데없는 자존심과 오기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팀의 상황을 좀더 넓게 보려고 한다. 충분히 잘해줄 수 있는 후배들이 있기에 내가 나가서 잘할 기회도 있는 것이다. 그저 철저하게 준비해서 하나라도 도움이 되자는 마음으로 뛴다. 그만큼 마음도 편안해졌다.” 목소리에 책임감이 묻어났다.

인천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