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머스’ 흥얼거리니 꿈이 이뤄지네…다음 정차는 8강역입니다 [남장현의 알릴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알릴라’는 아랍어로 ‘여행’을 뜻합니다!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한창인 카타르에선 어디를 가나 같은 음악을 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 인기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지난달 21일(한국시간)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카타르월드컵 개회식에서 부른 대회 주제곡 ‘드리머스(Dreamers)’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봐. 우린 꿈꾸는 사람들이야(Look who we are, we are the dreamers). 우리는 해낼 거야, 우리는 믿으니까(We‘ll make it happen ’cause we believe it)”로 시작되는 흥겹고 경쾌한 리듬의 음악은 수도 도하와 위성도시의 8개 스타디움은 물론 쇼핑몰과 식당, 숙박시설 등 어디에서나 흘러나오곤 합니다. 여기저기서 하도 많이 듣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릴 정도가 됐으니 확실히 귀에 꽂혔다고 할까요?

그런데 가슴이 마냥 개운하진 않았습니다. 3일 새벽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카타르 전역에서 계속 정국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정작 한국축구는 빠르게 녹아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정국.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회 조별리그 내내 가슴을 졸였습니다. 우루과이와 득점 없이 비겼고, 가나와 잘 싸우고도 아쉽게 패했을 때는 ‘큰일이 났다’ 싶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르헨티나를 격파한 사우디아라비아, 독일을 누른 일본, 웨일스를 제압한 이란, 16강행을 빠르게 확정한 호주까지 여간 불안한 게 아니었습니다.


초조함이 극에 달했을 때는 일본이 스페인마저 2-1로 꺾고 16강에 올랐을 때였죠. 대부분이 비슷한 감정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필이면 일본의 경기가 늘 우리보다 하루 앞서 열렸기에 좋든 싫든 항상 비교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입니다. 아시아 라이벌들의 행보를 보며 오히려 자극받았다고 하네요. 불안감이 아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요. 아시다시피 대표팀이 포르투갈에 역전승하며 12년 만에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대표팀은 ‘드리머스’의 가사처럼 아름다운 꿈을 꿨습니다. 간절하게 바라며 할 수 있다고 믿었고, 또 그대로 이뤄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최상의 시나리오가 정확히 이뤄질 수 있었을까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길고도 짧은 조별리그가 끝나고 벌써 16강이 시작됐습니다. 패자에게는 더는 생환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녹다운 스테이지의 출발과 함께 대회도 절반 이상 지났습니다. 늘 붐볐던 대회 메인미디어센터(MMC)에는 서서히 빈자리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브라질, 아르헨티나처럼 ‘토너먼트부터 본격 시작’인 나라들에선 지금도 기자들과 팬들이 몰리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떠난 사람들보다는 적습니다.


이제 내일 새벽이면 한국은 브라질과 8강 진출을 다투게 됩니다. 우리가 이기고 크로아티아를 일본이 누르면 월드컵 8강 한·일전도 가능합니다.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 대표팀은 또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까요? 이제야 진정한 축제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우리가 왜 ‘아시아의 호랑이’인지 증명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