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한동희(왼쪽)·고승민. 스포츠동아DB
지난해 롯데의 클린업 트리오를 주로 이룬 3명은 안치홍(현 한화 이글스), 전준우, 잭 렉스다. 3명 중 전준우의 타순만 고정됐다. 전준우는 4번타자로 팀 내 가장 많은 309타석에 들어섰다. 다만 전준우에게 ‘우산효과’를 줄 타자는 매우 드물었다. 타격만큼은 확실했던 렉스도 무릎을 다친 탓에 여름까지만 동행했다. 믿을 선수는 안치홍뿐이었다. 롯데는 안치홍에게 3·5번 타순을 번갈아 맡겼다. 2루수로 센터라인을 지키면서 중심타순에선 두 곳이나 오가며 뛰었으니 공헌도는 두말할 게 없었다. 김태형 신임 감독도 그래서 더 안치홍을 원했다.
야속하게도 롯데는 안치홍을 잃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열리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다. 당장 2루 메우기가 급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중심타선에 난 구멍이 더 크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롯데는 지난해 10개 구단의 타순별 최다출전 선수 명단에서 클린업 트리오가 서로 다른 3명으로 이뤄지지 않은 유일한 팀이었다. 안치홍의 이름이 중복됐기 때문이다. 안치홍은 지난해 3번타자로도 팀 내 최다 153타석, 5번타자로도 가장 많은 118타석에 섰다.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한동희, 고승민이 구단의 기대대로 성장한다면 중심타선 메우기는 시간문제일 수 있다. 롯데의 최고 기대주인 한동희는 2020년부터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며 한 계단 올라선 듯했지만, 지난해에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고승민도 2022년 후반기 타율 1위(0.414·100타석 이상)에 오르며 기대를 키웠으나 지난해에는 부진했다.
한동희, 고승민은 구단에서도 일찍이 미래의 중심타자로 점찍은 선수들이다. 타구속도에만 그치지 않고, 잠재력을 결과로 보여준 시즌도 있었다. 하지만 확고한 중심타자로 도약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당장 올 시즌부터도 외국인타자로 한두 시즌 중심타선을 메울 순 있다. 그러나 외국인타자에게는 변수가 많다. 결국은 이들 2명이 중심타선을 맡아주는 그림을 롯데는 가장 바라고 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