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김세빈. 사진제공 | KOVO
“인상 깊은 후배를 지목해달라”는 질문에 김연경(36·흥국생명)이 내놓은 답이다.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미들블로커(센터) 김세빈(19)은 대선배의 지목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 시점에선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신인왕 후보 1순위다.
지난해 10월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 때부터 크게 주목받은 김세빈이다. 187㎝에 이르는 키에 닫히지 않은 성장판, 아버지 김철수 한국전력 단장과 어머니 김남순 전 여자배구대표팀 공격수에게서 물려받은 DNA,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칭찬한 잠재력 등이 호평을 받았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도 중용할 뜻임을 드러냈고, 김세빈은 기대대로 성장하고 있다. 팀이 치른 23경기 91세트 중 22경기 84세트에 출전했는데. 결장했던 흥국생명과 개막전도 한봄고 재학 중이라 전국체전에 참가해야 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경기에 많이 출전한 게 아니다. 미들블로커의 덕목인 높이와 블로킹에서 강점을 보이며 대선배 배유나와 함께 도로공사를 지탱하고 있다. 김세빈은 올 시즌 세트당 블로킹(7위·0.55개)에서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현재 리그 정상급 미들블로커들의 신인 시즌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신인 시절 양효진(0.57개), 이다현(이상 현대건설·0.32개), 배유나(0.53개), 박은진(정관장·0.44개)에 못지않은 수치다. 포지션을 바꿔 미들블로커로 정착한 정호영(정관장·0.59개)과 최정민(IBK기업은행·0.32개)의 풀타임 첫 시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김 감독도 “(김)세빈이가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가 아니겠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도로공사는 내심 표승주(IBK기업은행)~고예림(현대건설)~이윤정에 이은 구단 역대 4번째 신인왕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남다른 배경에도 튀지 않는 가족의 응원도 김세빈의 밝은 미래를 기대케 한다. 아버지 김 단장은 신인드래프트를 전후로 필요 이상의 언론 노출을 피했다. 김 단장은 “아내가 딸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면, 나는 잘 달래면서 프로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왔다. 겸손하라고 지금도 정신교육을 시킨다”며 웃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