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본혁. 사진제공 | LG 트윈스
6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구본혁은 4-4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좌월 그랜드슬램을 터트렸
다. 2B-0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KT 마무리투수 박영현의 가운데 몰린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구본혁은 앞서 4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도 길고 길었던 연장 11회 혈투를 끝낸 주역이었다. 불과 이틀 만에 또 한번 짜릿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끝내기 만루홈런은 43년 KBO리그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진기록이다. 구본혁이 23번째 주인공이다. 마찬가지로 LG에서도 끝내기 만루홈런은 무척이나 귀했다. 구본혁은 2020년 로베르토 라모스 이후 4년만이자, 구단 역대 6명밖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진기록을 썼다. 특히 구단 역대 국내타자로는 1993년 최훈재 이후 31년만이었다.
그런데 이 끝내기 만루홈런이 하마터면 3점홈런이 될 뻔했다. 1루주자 김현종의 ‘누의공과’ 때문이었다. 2·3루주자 박해민과 홍창기가 득점한 가운데 3루를 돈 김현종은 홈으로 가다가 홈플레이트을 둘러싼 채 구본혁을 기다리던 동료 무리로 곧장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끝내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KT 측의 항의도 없었기에 기록은 바뀌지 않았다.
염경엽 LG 감독은 7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전날 끝내기 홈런 상황에서 실제로 득점한 주자는 박해민, 홍창기, 구본혁 등 3명뿐이었다는 사실에 “그랬냐”며 웃은 뒤 “상대의 어필이 없어 넘어간 듯한데 (덕아웃에 있던) 내 시야에선 (선수들에게 가려) 볼 수가 없었다. 상대도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끝내기 상황이라서 다들 타자주자와 3루주자에게만 신경 썼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또 “요즘 (구)본혁이가 빠른 공에 대처하는 연습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모른다. 본혁이와 (김)현종이도 원래 훈련시간보다 2시간 먼저 출근해 연습한다”며 “이 친구들은 사실상 스프링캠프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선수들이야 지칠 일이 없는지 모르겠는데, 2시간 전에 나와 각자 1시간 넘게 매일 ‘특타’를 자청하니 코치들도 덩달아 고생이 많다”며 흐뭇해했다.
잠실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