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박태하 감독이 2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8라운드 원정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은 2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18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두고 담담하게 각오를 밝혔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지금처럼 주춤하는 시간이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이것이 정상이다”고 말했다.
올 시즌 초반 포항은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울산 HD와 원정 개막전에서 0-1로 패했으나, 2라운드부터 11경기 무패행진(7승4무)을 달리며 선두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성적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19일 수원FC와 원정경기에서 0-1로 져 시즌 첫 패배를 당한 뒤 기세가 한풀 꺾였고, 이달 1일 김천 상무(원정·1-3 패)~15일 대전하나시티즌(홈·1-1 무)을 잇달아 만나 고전했다. 일각에선 ‘태하드라마’로 불렸던 박 감독의 축구가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박 감독은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 선수들의 땀과 노력으로 상위권까지 올라갔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며 “최근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선수들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매 경기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말했다. 그러면 시즌 막판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인천전의 변수는 체력이었다. 19일 코리아컵 16강전에서 수원 삼성을 만난 포항은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까지 치렀다. 천신만고 끝에 5-4로 이겨 8강에 올랐지만, 120분 이상을 뛴 선수들의 체력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피로가 쌓였을 법했지만, 이날 포항 선수들은 박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경기 초반부터 중원의 한찬희, 오베르단(브라질)이 공을 소유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그리고 전반 27분 허용준이 홍윤상의 낮은 크로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트렸다.
포항은 여세를 몰아 격차를 벌렸다. 이호재가 후반 6분 골문 구석으로 정확하게 감아차 골망을 흔들더니, 후반 27분에는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멀티골을 뽑았다. 인천은 후반 34분 김보섭의 만회골이 전부였다. 끝까지 리드를 지키며 3-1로 승리한 포항은 6월 리그 첫 승전고를 울렸고, 2위(9승6무3패·승점 33)로 올라섰다.
인천|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