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리포트] ‘평생 현역’ 니시아렌의 인생 랠리는 현재진행형

입력 2024-08-01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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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아렌은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올림픽 무대를 누비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평생 현역’을 선언한 그는 “내가 2028LA올림픽에도 출전할지 누가 알겠나”라며 웃었다. 파리|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니시아렌은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올림픽 무대를 누비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평생 현역’을 선언한 그는 “내가 2028LA올림픽에도 출전할지 누가 알겠나”라며 웃었다. 파리|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여자탁구 쑨잉샤(24·중국·세계랭킹 1위)는 역대 최고 선수를 향해가고 있다. 2024파리올림픽에서도 왕추친과 함께 혼합복식 금메달을 합작하며 순항하고 있다.

평상시 코트 안팎에서 덤덤한 표정과 어조로 냉정을 유지하는 쑨잉샤지만,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여자단식 32강전을 마친 뒤에는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불과 29분 만에 게임스코어 4-0(11-5 11-5 13-11 11-4)으로 싱겁게 이겼지만, 환한 표정으로 상대와 포옹한 뒤 가벼운 대화까지 나누며 예의를 갖췄다.

이유가 있었다. 상대가 중국계 룩셈부르크인인 니시아렌(61·68위)이었기 때문이다. 니시아렌은 앞서 지난달 28일 64강전에서 시벨 알틴카야(31·튀르키예·92위)를 4-2(12-10 11-3 11-7 9-11 10-12 11-7)로 꺾는 ‘노익장’을 발휘했다. 올림픽 무대를 6번이나 밟은 그는 올림픽 탁구 최고령 출전기록(61세 28일)과 승리기록(61세 25일) 보유자다.

니시아렌은 전성기에 어마어마한 선수였다. 왼손 펜홀더 특유의 까다로운 구질을 앞세워 불과 16세의 나이로 세계 최강 중국탁구의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1983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2관왕(여자단체전·혼합복식)을 차지했다.

1985년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독일 유학길에 오른 그는 1987년 룩셈부르크에 정착한 뒤 ‘평생 현역’ 기조를 세웠다. 특히 2020도쿄올림픽 이후 출전한 2021년 휴스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사라 드 누트와 함께 여자복식 동메달을 따내며 룩셈부르크탁구의 자존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니시아렌-드 누트는 여자복식 세계랭킹 13위다. 그런 니시아렌에게 쑨잉샤가 예우를 갖춘 것은 당연했다.

국내에서도 2021년 개최된 2020도쿄올림픽 당시 신유빈(20·대한항공·8위)과 여자단식 64강전에서 맞붙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니시아렌은 3-4로 패했지만, 승부를 풀세트까지 끌고 가는 관록을 보였다. 경기 후 그가 남긴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다. 계속 도전하되, 즐기는 것을 잊지 말라”는 말은 지금도 기억된다.

파리에서도 즐기면서 도전했다. 대회 내내 팬들과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으면서도 남편이자 개인코치인 토미 다니엘손과 철저히 경기를 준비했다. 쑨잉샤와 대결 전날에는 “좋은 경기를 기대한다”는 기자의 말에 “쑨잉샤는 세계 최고 선수다. 난 세계 유일 선수”라며 “나도 40년 전에는 세계 최고였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 또한 넘쳤다.

쑨잉샤에게 완패를 당했지만 3세트에서 듀스까지 몰아붙이는 저력을 발휘했다. 메달과는 거리가 먼 성적이었지만, 60대의 나이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니시아렌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는 “내 플레이 스타일은 구식이지만, 기술은 나이가 들수록 더 나아졌다. 내가 2028LA올림픽에도 출전할지 그 누가 알겠나”라며 웃었다.


파리|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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