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형우. 스포츠동아 DB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타석에 들어선 타자의 부담감은 상당하다. 절체절명의 승부처라면 더욱 그렇다. 이때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면, 분위기는 일순간에 달라진다. 타자의 능력치를 평가할 때 타점이 중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타점왕은 타선의 해결사다.
7월까지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타점 부문 선두는 92타점을 올린 최형우(41·KIA 타이거즈)였다. 당시 이 부문 2위였던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83타점)과 격차는 9점으로 꽤 여유가 있었다. 특히 5월(19타점)을 제외하면 꾸준히 월간 20타점 이상을 뽑는 등 최형우는 타점왕 1순위 후보로서 손색이 없는 활약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형우는 6일 광주 KT 위즈전 8회말 타석을 앞두고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을 느껴 교체됐고, 7일 검진 결과 우측 내복사근 손상 진단을 받았다. 2주간 치료 후 재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약 3주의 공백은 불가피하다.
그 사이 ‘2위 그룹’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했다. 10일까지 최형우가 타점 부문 1위(93타점)에 올라있지만, 2위 오스틴 딘(LG 트윈스·92타점), 3위 데이비슨(90타점)이 바로 턱밑이다. 공동 4위 멜 로하스 주니어(KT),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이상 87타점), 6위 양석환(두산 베어스·85타점)도 무시할 수 없다. 7위 김도영(KIA·82타점) 역시 잠재적 후보다. 최형우의 공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타점왕 경쟁은 이들간의 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타점왕 경쟁에 뛰어든 선수들은 모두 장타력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에레디아(13홈런)를 제외하면, 모두 20홈런을 넘겼다. 홈런 부문 선두인 데이비슨은 40홈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김도영, 로하스, 양석환, 오스틴은 30홈런이 머지않았다. 홈런 한방에 최대 4타점을 쓸어담을 수 있어 홈런왕과 타점왕 싸움이 동시에 뜨거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치열한 순위다툼과 맞물려 정규시즌 막판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형우가 빠르게 복귀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야 한다. 선두를 지켜야 하는 KIA로선 최형우가 많은 타점을 적립할수록 팀의 승리 확률 또한 올라가기에 그의 빠른 복귀를 바란다. 이 경우 타점왕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점입가경’의 타점왕 경쟁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궁금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