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형준, 키움 김재현, 한화 최재훈(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베이스 크기는 15제곱인치에서 18제곱인치로 커졌다. 이에 따라 1~2루, 2~3루 간 거리가 4.5인치(11.43㎝) 짧아졌다. 여기에 내년 시즌 정식으로 도입되는 피치클록 계측도 시작됐다. 당장 페널티가 주어지진 않지만, 초읽기가 시각화되니 투구 템포가 빨라진 투수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변화의 여파로 ‘뛰는 야구’의 부활을 예상한 사람도 많았다. KBO리그 통산 도루 1위인 전준호 해설위원은 “새롭게 생겨난 제도들이 올 시즌 도루 증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도의 시대
실제로 도루 개수가 늘었다. 팀당 평균 109경기를 치른 11일까지 올 시즌 구단별 도루는 91개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경기를 소화한 시점의 77개보다 14개나 증가했다. 지난해 단 한 명도 찍지 못한 40도루를 올 시즌에는 벌써 3명이나 넘어섰다. 2022년에도 40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박찬호(KIA 타이거즈·42도루)밖에 없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두산 베어스에서만 조수행(53도루)과 정수빈(43도루) 등 2명이 이미 40도루를 돌파했고, 그 뒤를 황성빈(롯데 자이언츠·40도루)이 이었다.
●대도 잡는 포도대장
이른바 ‘대도의 시대’에도 굳건한 포수들이 있다. 김형준(25·NC 다이노스), 김재현(31·키움 히어로즈), 최재훈(35·한화 이글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한 김형준은 올 시즌 500이닝 이상 수비한 리그 전체 포수 중 가장 높은 도루저지율(23회·0.354)을 기록 중이다. 김재현(20회·0.294)이 그 뒤를 잇는다. 2022년(34회·0.318)과 지난해(27회·0.310) 도루저지 횟수가 가장 많았던 최재훈(18회·0.269)도 그 뒤에서 힘을 내고 있다.
‘포도대장’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는 시대다. 도루 증가에 따라 포수의 도루저지율은 꽤 큰 폭으로 떨어졌다. 리그 평균 도루저지율을 살펴보면, 2021년(0.295)부터 2022년(0.292)과 지난해(0.275)를 거쳐 올 시즌(0.261) 도루저지가 더욱 어려워졌음이 드러난다. 물론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의 도입으로 프레이밍의 중요성이 사라진 터라 도루저지에 한층 집중할 수 있게 된 점도 있으나, 베이스 크기 확대에 피치클록 인지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포수와 주자의 대결 양상은 크게 바뀐 분위기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