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 막으려 진흙탕 뛰어든 KT 심우준 “팀 분위기 더 처질까 몸 던졌다”

입력 2024-08-22 00: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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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심우준은 21일 수원 키움전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를 선보였다. 이 투지에 KT 또한 크게 고무됐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T 심우준은 21일 수원 키움전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를 선보였다. 이 투지에 KT 또한 크게 고무됐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팀 분위기가 더 처질 것 같았다.”

KT 위즈 심우준(29)은 21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를 이끈 주인공이다.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4타점으로 5-0 승리를 이끈 그는 홈런 한 방을 포함해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홈런이 나오고 나서 적시타 2개가 잇달아 터져 더욱 고무적이다. 그는 “오늘 안타 타구가 모두 만족스러웠다”며 “홈런 이후 자칫 몸에 힘이 들어갈 수 있지 않은가. 거기에 득점권 찬스였다. 그럼에도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를 침착하게 잘 보내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심우준을 수훈으로 만든 요인은 공격만이 아니다. 수비까지 뛰어났다. 심우준은 2회초 무사 1루서 키움 변상권이 친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서 막아냈다. 자신과 2루수 김상수 사이를 교묘하게 뚫을 수 있는 ‘코스 안타’가 될 뻔했다. 그러나 심우준이 몸으로 막아내자, 김상수가 2루 베이스에 발을 대고 몸을 바짝 엎드려서 공을 잡아내기까지 했다. 심우준은 “(김)상수 형한테 고맙다고 ‘따봉’도 날렸다. 형이 아니었다면 안타가 됐을 타구”라고 고마워했다.

KT 심우준이 21일 수원 키움전 2회초 유니폼을 뒤덮은 진흙을 김상수와 함께 닦아내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T 심우준이 21일 수원 키움전 2회초 유니폼을 뒤덮은 진흙을 김상수와 함께 닦아내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런데 이 수비 과정에서 남모를 투지가 빛났다. 경기 직전 그라운드에 퍼부은 소나기 탓에 내야 흙이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유니폼이 진흙 투성이가 됐다. 손으로 털 수 없는 수준이었고, 유니폼을 축 처질 만큼 무거워지기까지 했다. 이에 김상수가 진흙을 털어주려다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자, 심판위원에게 경기 속개가 어렵다는 제스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자칫 경기력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심우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유니폼을 계속 입은 채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심)우준이가 공·수에서 분위기를 가져와 줬다”고 칭찬했다.

심우준은 “하필이면 내가 몸을 날린 그 위치에 물웅덩이가 있었다”고 돌아본 뒤 “물기를 흡수할 수 있게 (심판위원이) 새로운 흙을 뿌려 주시려고 해 처음에는 ‘괜찮습니다’라고 했다가 그 곳으로 타구가 향하고 나서는 바로 뿌릴 수밖에 없었다. 진흙이 묻은 뒤 유니폼이 축 처질 정도여서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이어 “지금 팀 분위기에서 내가 다이빙 캐치를 하지 않는다면 (팀 분위기가) 더욱 처질 것 같아서 어떻게든 잡으려고 몸을 던진 게 팀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살린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KT 심우준이 21일 수원 키움전 5-0 승리를 이끌고 방송 인터뷰 도중 강백호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T 심우준이 21일 수원 키움전 5-0 승리를 이끌고 방송 인터뷰 도중 강백호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심우준 덕분에 KT는 최근 하향세에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날은 강백호와 장난스러운 모습이 그 증거였다. 평소 심우준과 친분이 깊은 동생 강백호는 방송 인터뷰 도중 형에게 아이스박스에 담은 얼음물을 두 차례나 끼얹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실제 취재진처럼 ‘마지막 타석에 왜 토탭으로 타격했느냐’고 직접 질문까지 했다. 심우준은 “토탭이 아니었다. 야구에 집중을 해 달라. 그리고 내일 감기에 걸리면 모두 네 책임”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취재진에 “아이스박스를 들고 두 번째 올 때는 통 안에 물이 없었다. 통만 날아왔다. 언젠가 내가 (물을) 뿌리고 말 것”이라며 웃은 뒤 “우리 팀 간판은 (강)백호이지 않은가. 백호가 살아나야 우리 모두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서로 많이 응원해주겠다”고 말했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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