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자욱.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2015년에 KBO리그에 데뷔한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31)은 어느덧 1군 1200경기 출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자 군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오직 삼성 유니폼만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다.
구자욱은 데뷔 시즌인 2015년까지만 해도 야수진 막내에 가까운 선수였다. 당시 삼성은 이승엽, 박한이, 최형우 등 고참 선수들이 1군에 가득했다. 구자욱은 이후 2~3년 동안은 꾸준히 ‘형’들을 따라 자기 야구를 하면 되는 ‘동생’의 입장에 가까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장’과 ‘리더십’이란 단어는 구자욱과 거리가 매우 멀어 보였다. 하지만 2020년대로 들어서면서 팀 기조가 바뀌었다. 본인보다 어린 선수들이 조금씩 1군에 많아졌고, 올해부터는 본인과 나이 차이가 10살 넘게 나는 선수들도 종종 1군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팀 퍼스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자욱은 이러한 팀 사정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도 변화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팀 핵심으로 성장한 그는 이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맡아야만 했다. 주장 타이틀까지 달았기에 그의 책임감은 더욱더 강해졌다.
삼성 구자욱.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개인 기록도 꾸준히 우상향을 유지하고 있다. 구자욱은 3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멀티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2홈런) 2타점 2득점으로 활약,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26홈런, 93타점을 기록해 어느덧 30홈런, 100타점 고지를 눈앞에 뒀다.
구자욱은 “주장이 되고 난 후부터는 개인 기록을 거의 찾아보지 않는다. 사실 내가 지금 홈런과 타점을 얼마나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히려 성적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결과가 좋게 나오는 거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구자욱은 최근 발휘하는 리더십에 대해선 “원래 그런 걸 잘 못하는 성격이다. 야구장 안에서 연기를 많이 하는 거 같다(웃음). 하지만 내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팬 분들은 열정적인 모습을 숨기지 않는 걸 좋아하신다. 또 덕아웃 분위기도 올리려면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잔여 경기 목표에 대해선 다시 한번 더 ‘팀 퍼스트’를 강조했다. 구자욱은 “30홈런과 100타점을 못 해도 좋다. 우리가 조금 더 높은 곳에서 가을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그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대구|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