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대표하는 이닝이터 롯데 박세웅(왼쪽)과 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선발투수에게 이닝은 곧 책임감이다. 이에 많은 투수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최소 기준으로 삼는다. 모두 불펜 소모를 최소화해 향후 경기 운영에 도움을 주겠다는 ‘팀 퍼스트’ 정신에서 비롯했다. 설령 경기 초반 많은 점수를 내주거나 투구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마저 이겨내려는 것 모두 이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 역할을 가장 믿음직스럽게 수행하는 투수에게는 에이스라는 칭호가 붙는다.
●한국 최고 이닝이터 양현종
명실상부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는 양현종(36·KIA 타이거즈)이다. 올 시즌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162이닝(3위)을 소화해 현역 통산 이닝 1위(2494.1이닝)를 더욱 굳건히 하는 그는 2014년부터 10연속시즌 150이닝(2021년 해외진출)으로 좌완 최초 역사를 쓰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전설 송진우(2048개)를 넘고 통산 탈삼진 1위(2070개)에 오를 만큼 꾸준했으니 송진우가 갖고 있는 통산 이닝 1위(3003이닝)을 경신하는 것 또한 결코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남다른 고집이다. 행여 체력 저하를 겪을까 교체를 고민하는 이범호 KIA 감독에게 ‘한 이닝만 더 던지겠다’고 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또, 경기장이 정전돼 취소 가능성이 제기되는데도 어깨가 식을까 어두운 그라운드에서 기약 없는 준비를 하는 모습 또한 화제였다. 이에 이 감독은 “(양)현종이가 왜 수많은 대기록을 쓴 투수이겠느냐”며 웃었다. 양현종에게는 “그게 내 할일이었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게 일상이다.
●양현종 뒤따르는 이닝이터 박세웅
박세웅(29·롯데 자이언츠)은 양현종을 따라 한국 최정상급 이닝이터를 향해 가고 있다. 올 시즌 양현종 다음으로 많은 154.1이닝(8위)을 소화해 2021년부터 4연속시즌 150이닝을 기록을 채웠다. 2021년부터 4년 동안 소화 이닝수만 628.2이닝으로, 케이시 켈리(전 LG 트윈스·635.2이닝)를 잇는 전체 2위이자 국내 투수 1위를 굳건히 했다. 외국인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KBO리그에서 그에 못지 않은 활약으로 자존심을 세운 것이다.
올 시즌 깊은 슬럼프에 빠졌는데도 이닝이터로서 면모만은 지켜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5월부터 기복을 겪더니 지난달 말까지 악순환을 끊지 못하다 27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7이닝 1실점)을 기점으로 제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세웅은 이날부터 3연속경기 QS를 작성했다. 단, 지원이 모자라 승리는 따내지 못했다. 수비와 불펜 지원이 저조해 불운에 빠지는 지난해 패턴과 흡사했다. 그럼에도 박세웅은 “내 선발승보다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