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7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4일 수원 KT전 패배 후 퇴장하는 롯데 선수단.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롯데 자이언츠는 결국 7시즌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했다. 2017년 준플레이오프(준PO)를 끝으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7~10~7~8~8~7위에 머문 데 이어 올 시즌 역시 잔여 경기에서 7위를 다투는 처지다. 이에 구단 역사상 최고 암흑기마저 소환되고 있다. 롯데가 올해 PS에서 떨어지자, 이른바 ‘8~8~8~8~5~7~7’ 또는 ‘비밀번호’라는 조롱마저 뒤따른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정규시즌 성적이 되살아났다. 구단 역대 최장기간 PS 진출 실패의 역사가 반복돼서다.
●가능성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 덕분에 가능성은 엿볼 수 있었다. 구단은 내부 프리에이전트(FA) 안치홍(한화 이글스)을 잡아주지 못했고, 최고 기대주 한동희(국군체육부대)는 시즌 초반 아쉬운 시간을 보내다 6월 입영으로 아예 팀을 떠났다. 김 감독에게는 ‘쓸 만한 카드’가 없는 형국이 됐다. 이에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계획에 없던 ‘팀 세팅’에 노력을 쏟느라 4월까지 8승1무21패에 그쳤다.
그러나 결실은 확실했다.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이 새롭게 중심을 잡으면서 야수진이 환골탈태했다. 여기에 현장의 안목으로 품은 손호영과 박승욱, 손성빈 등이 김 감독으로부터 기회를 받고는 취약 포지션을 메웠다. 롯데는 이 전력을 앞세워 5월부터 승률 5할 이상(55승3무51패)을 기록했다. 이대호, 홍성흔, 카림 가르시아 등을 앞세워 팀 타격 1위 오른 2010년 이후 14년 만에 한 시즌 세 자릿수 안타 타자를 8명이나 배출했다.
●한계
다만 한계가 뚜렷했다. 크게 불펜 선수층, 수비, 상황 판단력 등 3개 요소가 아쉬웠다. 시즌 초반 선발진에 필승조 구승민, 김원중마저 연쇄적으로 부진을 거듭하자 다른 불펜투수들에게 적잖은 부하가 쏠렸다. 그런데 이 악재가 스노볼이 돼 끝까지 롯데를 괴롭혔다. 팀 내 등판 횟수가 가장 많은 김상수가 또다시 ‘애니콜’이 돼야만 했다. 애초 필승조와 비(非)필승조 사이의 실력차가 큰 롯데여서 더더욱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수비가 또 발목을 잡았다. 롯데의 수비효율(DER)은 4시즌 연속 최하위가 유력하다. 그리고 이 수비가 하필 시즌 최대 승부처에서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르는 장면이 올해도 되풀이됐다. 롯데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수비’라는 오명을 씻지 못했다.
주루와 수비 주루 등에서 꼭 필요한 상황 판단력 또한 아쉬웠다. 타구 판단을 못해 한 베이스 덜 뛰거나, 의욕이 앞서서 단타를 장타로 만들어주는 장면 또한 잦았다. 김 감독은 “무리하지 않아도 될 것을 무리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험이 쌓이면 이런 실수도 점점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