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 원정경기에서 나란히 골맛을 본 이재성(왼쪽)과 오현규는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릴 이라크와 4차전 홈경기에서도 맹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SNS
부담스럽던 원정길에서 한국축구는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끝난 요르단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3차전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2연승으로 2승1무, 승점 7을 마크한 한국은 같은 승점의 이라크를 득실차(한국 +4, 이라크 +2)로 따돌리고 조 선두로 올라섰다.
꼭 잡아야 했던 경기다. 대한축구협회(KFA)의 반복된 행정 난맥상에서 비롯된 각종 논란으로 ‘홍명보호’를 향한 시선이 여전히 곱지만은 않다. 특히 9월 팔레스타인과 최종예선 홈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탓에 요르단으로 향한 대표팀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더욱이 요르단은 올 초 2023카타르아시안컵에서 한국에 1무1패를 안긴 껄끄러운 상대였다.
다행히 대표팀은 흔들리지 않았다. 답답한 순간도 있었으나, 아시안컵 복수에 성공했다. 전반 38분 이재성(32·마인츠), 후반 23분 오현규(23·헹크)의 연속골로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릴 이라크와 홈 4차전의 부담을 조금은 덜었다. 이라크까지 제압하면 한국은 독주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이라크전의 ‘믿을 구석’도 요르단전에서 완벽한 신구 조화를 보인 공격 콤비다. 공격 2선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베테랑 이재성은 ‘소리 없이 강한’ 사나이다. 항상 겸손하고 말을 아끼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조용하지 않다. 머물러야 할 위치를 비운 적이 없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동료들에게 강한 자신감과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홍 감독이 부주장의 역할을 맡긴 이유다.
필요할 때는 해결사 역할도 한다. A매치 91경기를 뛰어 센추리클럽 가입이 임박한 이재성은 12골을 기록 중이다. 3월 태국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에서도 골맛을 보며 대표팀의 사기를 끌어올린 바 있다. 또 이라크를 상대로 이미 2골을 뽑았다. 2021년 11월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3-0 승)과 올해 1월 평가전(1-0 승)에서다.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된 요르단전 직후 “이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고 밝힌 그는 ‘이라크 킬러’의 명성도 이어가고자 한다.
아시안컵 이후 8개월여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A매치 12경기 만에 데뷔골을 신고한 스트라이커 오현규의 활약도 몹시 반갑다. 카타르월드컵을 예비선수 자격으로 다녀올 정도로 잠재력이 무궁무진했으나, A매치 1호 골을 뽑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대표팀 재승선도, 골도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다.
셀틱(스코틀랜드)에서 길을 잃은 오현규는 7월 헹크(벨기에)로 이적하며 활로를 모색했는데, 이 선택이 주효했다. 꾸준히 출전하고 종종 득점 소식도 알린 그를 홍 감독이 주목했다. 황의조(알란야스포르)가 사생활 논란으로 이탈하고, 조규성(미트윌란)이 부상으로 빠진 대표팀의 최전방은 아킬레스건이다. 사실상 주민규(울산 HD) 홀로 분투해온 상황이라 오현규의 재등장은 ‘킬러 경쟁’에 긍정적 요소다. 오현규는 “1분을 뛰든 풀타임을 뛰든 최선을 다하겠다. 이라크전이 정말 기대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