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윤정빈이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 PO 1차전 1회말 2루타를 터트리고 있다. 대구|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윤정빈(25)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안경이다. 현재 삼성 1군 선수단에서 투·타를 통틀어 안경을 쓴 선수는 윤정빈뿐이다. 종전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2504개)의 주인공 박용택을 비롯해 양현종(KIA 타이거즈),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처럼 안경을 쓴 선수는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윤정빈은 좀 더 특징적인 안경을 쓰고 있다. 대부분 테가 금속 재질인 안경이나 스포츠 고글을 쓰지만, 윤정빈은 매우 큰 렌즈가 들어가는 검은 ‘뿔테’를 착용한다.
●“전혀 아깝지 않은 투자였습니다”
윤정빈은 지난해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시력이 많이 나빠지진 않았지만, 눈부심 때문에 불편 증상이 있었다.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 앞서 그는 “안과에 가 검사를 받으니 난시가 있다고 해 의사 선생님이 ‘안경을 쓰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하셨다”고 밝혔다. 이에 ‘뿔테’ 디자인의 스포츠 선글라스를 구입해 렌즈만 교체해 착용하고 있다. 윤정빈은 “선글라스 테에 도수가 있는 안경렌즈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한 뒤 “여기에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넣거나 좀 더 편안하게 쓸 수 있게 총 30만 원 정도를 들였다”며 웃었다.
공교롭게 안경을 쓰자 ‘야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남모를 노력에 남다른 스토리가 더해졌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뒤 2022년 1군의 맛을 보기 시작하더니, 올해 정규시즌에는 69경기에서 타율 0.286, 7홈런, 2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1을 기록했다. 6월 초 합류해 계속 1군에 머무를 만큼 주전급으로 도약했다.
윤정빈은 “올해 세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그동안 눈 감고 야구하지는 않았지만, 주위에서 ‘야구에 눈을 떴다’고 많이 말씀해주셔서 좋다”고 웃은 뒤 “내게 ‘콘택트렌즈를 끼는 게 편하지 않겠느냐’고 하는 분 또한 있는데, 나는 안경을 쓰는 게 편하고 좋다. (30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투자였다”고 말했다.
●“정규시즌이라는 생각으로”
윤정빈은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활약을 포스트시즌(PS)까지 이어가고 있다. 2021년 상무 소속이었기에 당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던 삼성의 PO를 함께 치르진 못했지만, 올해 LG와 PO에선 놀라운 데뷔전을 치러냈다. 13일 1차전에 2번타자를 맡아 4타수 3안타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1회말 1사 후 2루타를 때리고 출루해 선제 결승점까지 올렸다.
윤정빈은 “그동안 그렇게 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올해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야구가 잘 풀리고 많은 운이 따르는 것 같다”며 “이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KS) 진출을 노리는 삼성의 가을 여정에서 윤정빈이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대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