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만난 삼성 박병호(왼쪽)와 KIA 서건창. 스포츠동아DB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는 2014년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넥벤져스’를 앞세워 ‘삼성 라이온즈 왕조’에 도전했다. 넥센에는 영화 ‘어벤져스’처럼 슈퍼히어로를 모아놓은 듯 리그를 지배한 선수가 많았다. 20승 투수 앤디 벤헤켄과 홀드왕 한현희(현 롯데 자이언츠), 구원왕 손승락(은퇴)이 책임지는 마운드는 견고했다. 당시 역대 한 시즌 최다 201안타를 친 서건창(현 KIA 타이거즈)과 52개의 아치를 그린 ‘국민거포’ 박병호(현 삼성)가 버틴 타선 또한 막강했다. 그럼에도 준우승에 그쳐 이들의 KS 우승 갈증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같은 곳에서
‘넥벤져스’의 타선 중에서도 박병호와 서건창은 또 한 차례 KS 우승 도전을 함께한 적이 있다. 2019년 당시 정규시즌 1위 두산 베어스와 맞붙은 KS다. 둘에게 달라진 것은 키움으로 바뀐 팀명뿐, KS 우승을 향한 갈증은 그대로였다. 2014년 우승을 한 차례 놓친 둘에게도, 창단 후 별을 달지 못한 키움에도 첫 우승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부터 KS까지 오르느라 체력 저하에 부딪혔다. 당시 서건창(4경기·타율 0.176)과 박병호(4경기·0.250) 모두 타격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하성(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정후(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과 새롭게 ‘키벤져스’를 결성했지만, 긴 여정으로 힘을 다했다. 결국 키움은 4전패를 당하며 길고 길었던 포스트시즌(PS)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키움 시절 서건창(왼쪽)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둘은 돌고 돌아 KS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5년 전과는 달라진 게 많다. 박병호는 키움을 떠난 뒤 지난해 KT 위즈에서 3번째 KS 우승에 도전했지만, 또 한번 준우승에 머물렀다. 2021년 키움에서 LG 트윈스로 이적한 서건창 또한 지난해 KS 대비 훈련에만 참여했을 뿐 최종 엔트리에는 들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올해 KIA로 이적한 뒤에는 정규시즌 94경기에서 타율 0.310으로 자신감을 되찾았고, KS 엔트리에도 들었다. 2019년 이후 5년 만의 KS 우승 도전이다.
다만 한 곳을 바라보던 5년 전과는 달리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이상 우승 반지는 둘 중 한 명에게만 주어진다. 둘의 경쟁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더욱이 둘에게는 KS에서 부진을 만회할 기회이기도 해 동기부여가 강하다. 서건창은 KS 통산 10경기에서 타율 0.175(40타수 7안타)에 그쳤다. 박병호 역시 15경기에서 타율 0.164(55타수 9안타)로 저조했다. 우승 반지를 얻기 위해선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