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곤 “절친한 백정현, 그 몫은 이미 다했다” 농담으로 풀어낸 무거운 심정

입력 2024-10-23 13: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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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헌곤이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주|최용석 기자

삼성 김헌곤이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주|최용석 기자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헌곤(36)은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에서 인상적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경기에선 타율 0.364(11타수 4안타), 2홈런, 4타점, 장타율 1.000을 마크했다.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한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에서도 팽팽한 영(0)의 균형을 깨는 선제 우월 솔로홈런을 때리는 등 PS 들어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김헌곤은 정규시즌 117경기에서도 타율 0.302(281타수 85안타), 9홈런, 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2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는데, 집중력을 한층 끌어올려야 하는 가을야구로 접어들자 팀 타선의 리더로 변신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주장 구자욱이 왼쪽 무릎 부상 때문에 정상적인 출전이 힘든 상황에서 김헌곤의 분투는 천군만마와도 같다.

김헌곤은 “PO 2차전(15일)부터 스타팅으로 나섰는데, 2번째 타석에서 (좋은) 느낌이 왔다.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는 복잡하고 어려운 대목이 있는데, 그 이후로 심적으로 많이 편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PS에서 좋은 타구들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KS 1차전 홈런도 노려서 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PS에 들어와 더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정규시즌을 마친 뒤 가을야구를 준비하면서는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치른 자체 청백전 도중 그가 친 타구에 1년 선배인 왼손투수 백정현(37)이 다쳤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미세하게 골절됐고, 타구에 맞은 얼굴은 부어올랐다. 결국 백정현은 올해 PS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선발로도, 불펜으로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백정현의 이탈은 팀에도 큰 타격이었다.

“너무 놀라 곧바로 마운드로 달려갔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린 김헌곤은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는 형이자 동료다. 지금도 매일 연락하고 있다. ‘(형의 몫까지) 더 잘해야 해야 한다’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김헌곤은 “지금까지의 활약을 통해 형의 몫은 어느 정도 해낸 것 같다. 그래서 그만 미안해하려고 한다”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정신없이 한 경기씩을 치르고 있다. 각오라기보다는 매일 그냥 들이대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은 2014년 이후로는 KS 정상에 서지 못했다. 올해 KS 엔트리에 포함된 삼성 선수 중 2014년 KS에 출전했던 이는 김헌곤이 유일하다. ‘왕조’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삼성의 중심에 새로운 ‘가을 사나이’ 김헌곤이 있다.


광주|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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