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광주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에서 열린 ‘2024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KIA 이범호 감독(왼쪽)과 삼성 박진만 감독. 광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다시 광주에서 맞붙는다. 그러나 서로 동기부여는 확연히 다르다.
‘2024 신한 SOL 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맞붙은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5차전을 벌인다. 5차전 선발투수로 KIA는 양현종, 삼성은 좌완 이승현을 예고했다.
21일 광주에서 올해 KS를 시작한 두 팀은 23일까지 2차전을 마친 뒤 대구로 옮겨 25, 26일 3·4차전을 치렀다. 1·2·4차전에서 승리한 KIA가 3승1패로 앞서며 우승까지 1승만을 남기고 있다. 홈런 4방으로 3차전을 잡은 삼성은 이제 ‘내일이 없는 승부’, ‘막다른 골목’에 직면했다.
KBO의 KS 홈·원정경기 규정에 따라 5~7차전은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인 KIA의 안방 광주에서 펼쳐진다. 광주에서 재격돌하는 두 팀은 서로 다른 생각과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남은 시리즈를 치른다.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KIA의 KS 2차전. KIA 팬들이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광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IA는 당연히 5차전에서 승부를 끝내겠다는 의지다. 20일 열린 KS 미디어데이 당시 KIA 이범호 감독과 양현종, 김도영은 ‘시리즈 전적을 예상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나란히 ‘손가락 5개’를 펼쳐 보였다. 지금까지는 목표에 매우 근접한 상태다.
KIA는 자신들만이 보유한 흥미로운 기록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을 포함해 KIA는 역대 11차례 KS에 올라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단 한 번도 준우승에 그친 적이 없다. ‘V12’를 꿈꾸는 호랑이들은 이제 3승1패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지금의 기세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이다.
다만 무리수가 따르는 변칙은 사용하지 않는다. 굳이 서두를 것이 없다는 이범호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26일 4차전 9-2 승리 직후 “제임스 네일(4차전 선발)은 5차전에는 안 올라간다. 양현종으로 간다. 우리 불펜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다. 5차전까지는 준비한 대로 간다. 순리대로 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KS 2차전 도중 삼성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광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반대로 벼랑 끝에 선 삼성은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코너에 몰렸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 5차전에서는 쓸 수 있는 전력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3연승을 거둬야만 하는 삼성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은 맞다. 역대 KS에서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선 팀은 17번 중 16차례(94.1%)나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삼성으로선 5.9%의 기적을 기대해볼 만하다. 게다가 단 한 번의 기적을 만든 팀은 바로 본인들이다.
KS에서 1승3패로 뒤졌던 팀이 3연승으로 역전 우승에 성공한 것은 2013년의 삼성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당시 삼성은 두산 베어스와 KS에서 4차전까지 1승3패로 뒤졌으나, 5~7차전을 모두 잡고 ‘왕조’의 명맥을 꿋꿋이 이어간 바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