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지난달 17일 ‘체육계 미래지향적 관계구축을 위한 대한체육회장·회원단체장 공동기자회견’에서 운영 비위 관련 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직원 부정 채용 등 비위 행위가 다수 적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10일 체육회 비위 혐의 확인 결과를 발표하고,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예산 낭비 등의 혐의로 이 회장을 비롯한 간부와 직원 등 8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국가대표선수촌 직원 채용 과정에서 자신 자녀의 대학 친구인 A 씨를 부당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직위는 선수촌 내 훈련 관리 담당자로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이 요건이었다. 이 회장은 담당자들에게 해당 직위의 자격요건 완화를 여러 차례 지시하는가 하면 담당자의 ‘요건 완화 시 연봉 하향 필요’ 보고를 무시했고, 요건 완화에 반대하는 채용부서장을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국가대표 경력, 지도사 자격 요건이 모두 삭제된 채로 채용공고가 이뤄졌다. 이 회장에게 A 씨 이력서를 전달받은 선수촌 고위 간부는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A 씨에게 최고 점수를 줬고, A 씨는 최종 채용됐다.
또한 점검단은 선수촌 고위 간부 C 씨가 이 회장 승인 아래 특정 스포츠종목단체 회장 D 씨에게 선수 제공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입 비용 대납을 요청해 승낙받았다고 밝혔다.
점검단에 따르면 D 씨는 올해 초 이 회장에게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뒤 5월께 물품 비용 대납 의사를 표했고, 이후 실제로 희망했던 직위를 맡은 뒤 약 8000만원을 대납했다.
이 회장은 또 총 98명으로 구성된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무관한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추천하고, 이들이 계획에 없던 관광 등 별도 일정을 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점검단은 이 회장의 상습적 욕설과 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도 다수 드러났고,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회피 목적의 지방 일정 진행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 회장은 마케팅 수익 물품을 회장실로 배당받아 배부 대장 등에 기록하지 않고 지인 등에게 제공하거나, 다른 부서에 배정된 후원 물품을 일방적으로 회장실로 가져와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또 체육회 정관을 위반해 이사회 사전 의결 없이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참관단 운영예산 선집행, 기획재정부 장관 승인 없이 수의계약 사유를 확대한 계약 규정 개정 등이 운영상 문제 사례로 적발됐다.
점검단은 “체육회 일부 임직원의 비협조와 방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밝히면서 이 회장의 대면 조사 회피와 체육회의 업무용 PC 하드디스크 무단 제거, 병원 입원과 무단 연가, 자료 제출 거부 등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무조정실의 발표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종목단체장들의 연임심사를 2일 앞둔 시점에 발표한 것으로, 불법적인 선거 개입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료제출 요구 회피에 대해 “복수의 기관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조사를 받다 보니 피로감에 지쳐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파리올림픽 관련한 참관단 운영, 물품후원 요구(금품) 등 비위혐의 모두에 대해 보다 엄정하게 재조사”를 요청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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