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엘리안의 공백을 메울 외국인선수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스포츠동아DB
불운도 이런 불운이 없다. 최고의 활약상을 보인 외국인 주포가 부상으로 이탈한 것도 모자라 어렵게 구한 대체 선수와 계약은 상상도 하지 못한 사유로 불발됐다. 한국전력이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은 2024~2025시즌 개막 5연승을 질주하며 기세를 올렸다. 창당 최장 기록이었다. 그러나 비시즌부터 손발을 맞춘 외국인 공격수 엘리안이 무릎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다. 그 후 거짓말처럼 5연패에 빠졌다.
물론 구단은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김철수 단장과 권영민 감독이 틈날 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고, 적은 후보군에서도 팀에 어울리는 최적의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다.
쉽지 않았다. 대부분 리그의 새 시즌이 시작된 터라 선수의 이적을 허락하는 팀을 찾을 수 없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에 가능한 최대치의 이적료를 제안해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김 단장은 “흔쾌히 선수를 내준다는 팀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열심히 영상을 돌려 본 끝에 어렵사리 찾아낸 선수는 나이지리아 출신 날개 자원 오포라 이츠추쿠였다.
이츠추쿠는 빠르게 신변을 정리하고 예정보다 빨리 입국했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어깨 부위 이상 소견이 나왔다. 당장 뛰지 못할 상황은 아니나, 재발 시 다시 대체 선수를 찾아야 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공들여 준비한 영입작업에 실패한 뒤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한국전력은 당분간 ‘벌떼 배구’를 이어가야 한다. 다행히 서재덕, 임성진, 신영석, 전진선, 구교혁 등 국내선수들이 힘을 내고 있다. 이들의 분전 속에 지난달 30일 우리카드와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 승리를 거두며 자신감까지 되찾았다.
한국전력은 6승5패, 승점 14로 5위다. 하지만 3위 우리카드(6승5패·승점 17)와 격차가 크지 않다. 상위권 재진입은 당장 어렵더라도 봄배구 경쟁을 포기할 만큼의 상황은 전혀 아니다. 그래도 전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외국인 공격수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한 V리그에서 ‘벌떼 배구’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한시바삐 외국인 주포 영입이 절실한 한국전력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