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의지. 스포츠동아 DB
양의지(37)는 두산 베어스의 안방마님이다. 공·수를 겸비한 현역 최고의 포수로 통하는 그의 팀 내 비중은 절대적이다. 투수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타자의 약점을 간파하는 기민한 리드와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날릴 수 있는 장타력에 정확도까지 갖췄다. 세월이 흘러도 기량은 여전하다.
올해도 11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4(430타수 135안타), 17홈런, 94타점, 출루율 0.379의 성적을 거뒀다. 체력적 부담이 큰 포수의 특성을 고려하면, 훌륭한 성적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겼다. 포수로는 76경기(74선발)에 출전해 수비이닝이 608.1이닝에 그쳤다. 주로 지명타자로 뛰었던 2021년(302.1이닝·당시 NC 다이노스) 이후 가장 적은 이닝이다. 출전 경기수도 2019년(118경기) 이후 5년 만에 120경기를 밑돌았다.
특히 KT 위즈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경기가 더욱 아쉽다. 부상 탓에 대수비로 2이닝만을 소화한 가운데 ‘역대 최초 업셋’의 희생양이 된 팀의 초라한 퇴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정규시즌 중반까지는 햄스트링과 발목이 말썽이었고, 막판에는 쇄골을 다쳐 그 여파가 WC 결정전까지 이어졌다. 백업 포수 김기연이 제 몫을 충분히 해줬지만, 양의지의 존재감을 완벽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했다.
2025시즌을 준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년에는 또 다른 무게를 짊어지고 뛰어야 한다. 김재호의 은퇴로 팀 내 최고참이 됐고, 두산 유니폼을 입고는 처음으로 주장 완장도 찼다. 다행히 이미 두산 선수단의 중심이었기에 이 같은 자리가 마냥 낯설지만은 않다.
2025시즌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두산으로 복귀한 지 3년째다. 2년간 타율 0.310, 34홈런, 162타점, 출루율 0.388로 이름값은 했다. 또 토종 에이스 곽빈과 젊은 불펜 최지강, 이병헌, 김택연 등의 성장에 큰 힘을 보탰다. LG 트윈스 시절 2군 생활이 더 익숙했던 김기연이 1군에서 자리 잡은 데도 양의지의 공이 작지 않았다. “우리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는 그의 칭찬이 김기연을 춤추게 했다. 최근 2년(2023~2024년)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길 바라는 두산의 중심에 양의지가 있기에 기대가 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