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강승호.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는 2024시즌 후 내야의 두 축을 잃었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은퇴했고, 3루수 허경민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KT 위즈로 떠났다. 지난해 팀 내 유격수 중 2번째로 많은 이닝(395이닝)을 소화한 전민재도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큰 폭의 내야 개편이 불가피하다.
양석환이 버틴 1루를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을 전면 재조정한다. 핵심은 지난 시즌 주전 2루수 강승호의 3루 이동이다. 강승호는 지난해 2루수로 988이닝을 뛰었던 만큼 그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였지만, 두산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한 자리라도 서둘러 주인을 가려야 다음 계획을 짤 수 있기에 결정을 더 미룰 수 없었다.
‘모험’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승호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루수와 1루수로만 뛰었다. 3루는 2021년 49이닝을 맡은 게 마지막이다. 3루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뛴 게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시절인 2018년의 60이닝이다. 두산은 그러나 타선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디테일까지 고려해 강승호의 3루 이동을 결정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강승호는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라며 “본인도 3루 생각이 있고, 타격을 더 살리기 위해선 3루수로 가는 게 괜찮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강승호가 3루에 정착하지 못할 경우에는 머리가 아파진다”며 “3루수는 공격력도 갖춰야 한다. 팀 측면에서도 강승호의 3루 기용이 가장 잘 맞는다. 겨울에 잠실구장에 나가 보면 강승호가 아침 9시부터 출근해서 개인운동에 집중하더라”고 덧붙였다. 그 구상대로 강승호가 3루에 정착하면 내야 센터라인(2루수-유격수)을 책임질 수 있는 유망주들의 활용폭도 넓어진다.
디테일도 숨어있다. 강승호는 2025시즌 부주장으로 주장 양의지를 돕는다. 3루수는 홈팀 덕아웃이 3루 쪽에 위치한 광주, 대구를 제외한 원정경기에서 벤치의 지시를 듣고 투수와 호흡해야 한다. 부주장 강승호가 3루를 맡으면, 젊은 선수들에 비해 소통이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고토 고지 수석코치는 “강승호는 부주장이다. 3루수를 맡게 되면, 벤치와 투수 사이의 소통을 돕는 데도 용이하다. 3루수는 끊임없이 투수를 독려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결정에 따라 2루수와 유격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오명진, 여동건에 올 시즌 전체 6순위로 입단한 신인 박준순까지 후보군이다. 호주 시드니~일본 미야자키로 이어질 스프링캠프에서 두 자리의 주인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호와 허경민이 떠나면서 내야진이 전면 개편되는 두산의 2025시즌이 궁금해진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