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대표팀 이재성(가운데)이 지난해 10월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경기 도중 상대 수비진 사이로 질주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잘 깔린 비단길을 두고 가시밭길로 향했다. 11회 연속, 통산 12회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하는 한국축구의 우울한 현주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8차전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오만전(20일·1-1)을 포함해 최근 3경기 연속 무승부의 늪에 빠진 한국은 4승4무, 승점 16으로 북중미행 조기 확정에 실패했다.
천만다행으로 26일(한국시간)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에 1-2로 역전패해 3승3무2패, 승점 12에 그친 바람에 조 1위 한국에는 여유가 생겼으나, 6월 2연전의 부담은 크게 줄지 않았다. 특히 6월 5일 예정된 이라크와 9차전 원정경기는 고민스럽다. 여기서 승점 1만 추가해도 북중미행 티켓을 손에 넣지만, 축구에선 ‘지지 않아도 되는’ 경기가 어려운 법이다. 게다가 중동팀에 거듭 고전한 최근의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큰 걱정은 경기 장소다. 이라크는 월드컵 예선 홈경기를 자국 남부 바스라에서 진행해왔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큰 변수가 없는 한 이라크-한국전도 바스라국립경기장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라크는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됐다. 공무가 아닌 목적의 일반인 방문이 불가능하고, 지역간 이동도 자유롭지 않다. 또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이라크 내 한국 교민도 720여명에 불과하다. 원정팬들의 응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군의 친이란 성향 예멘 후티 반군 공습으로 군사적 긴장까지 더해졌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미 이라크 원정에 대한 큰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외교부의 협조 속에 수시로 바뀌는 이라크 내 동향을 살피며 6월 원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 최우선 순위인 선수단 안전을 위해 전세기까지 고려하고 있다. KFA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바스라 원정이 확정되면 통상적 선수단 운영은 어려울 수 있다. 개별 입국이 어려워 5월 말 시즌을 마치는 유럽파는 귀국했다가 동료들과 함께 전세기에 올라야 한다. 상황에 따라선 6월 10일 국내(장소 미정)에서 열릴 쿠웨이트와 최종전(10차전)에 대비한 선수단 이원화도 고민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