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광주 감독이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과 K리그1 홈경기 전반전이 끝난 뒤 자신이 지도하는 오후성의  등을 강하게 밀치는 모습. 사진출처|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이정효 광주 감독이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과 K리그1 홈경기 전반전이 끝난 뒤 자신이 지도하는 오후성의 등을 강하게 밀치는 모습. 사진출처|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열정으로 보기엔 과했다. 팔색조 전략과 재치있는 언변으로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정효 광주FC 감독(50)이 ‘어린이날’ 보여준 행동은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광주는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김천 상무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12라운드 홈경기를 펼쳤다. 광주는 전반 15분 터진 오후성의 페널티킥 골로 1-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하프타임에 불미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린 직후 벤치에서 그라운드로 이동한 이 감독은 단단히 화가 난 표정으로 고성을 지르며 오후성을 향해 ‘여기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선수가 다가서자 팔을 낚아채더니 양손으로 등을 강하게 밀었다. 주장 이강현이 흥분한 이 감독을 만류했지만 제지하지 못했다.

오후성이 벤치의 지시를 정확히 따르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절대로 벌어져선 안 될 일이었다. 오후성의 몸에 손까지 대면서 질책하는 장면은 TV 생중계로 전달됐다. 경기장을 찾은 많은 어린이들이 지켜봤을 수도 있다.

사건 당사자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상대의 몸에 손을 대는 행동은 단순한 모욕이 아닌, 폭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 ‘광주 구단’이라는 직장 내에서 벌어진 일이라 ‘직장 내 폭력’, ‘직장내 괴롭힘’을 떠올릴 만한 장면이었다.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교체를 택하거나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질책하면 될 일이었다. 굳이 공개된 장소에서 물리력을 가할 필요는 없었다.

이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오후성을 안아줬지만 별다른 사과의 메시지는 없었다. 사전 인터뷰에서 “경기장을 찾은 어린이들에 어른다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추태를 보이면 안 된다. 오늘은 더 조심하겠다”던 이 감독은 경기 후엔 “내 이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쁘게 보였다면 어쩔 수 없다”고 전혀 다른 행태를 보였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사랑의 매’는 요즘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큰 사랑을 받고 주가가 올라간 이 감독이라면 더 조심했어야 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