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조추첨식 장소를 워싱턴으로 옮긴 트럼프, 역시나 주인공은 축구 대신 미 대통령이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오른쪽)이 6일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조추첨식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초대 ‘FIFA 평화상’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예상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대 ‘국제축구연맹(FIFA) 평화상’을 수상하자 외신들은 냉소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진행된 2026북중미월드컵 조추첨식에 앞서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으로부터 처음 제정된 ‘FIFA 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행사에 앞서 “(평화상을) 받게 되면 무척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했으나 이미 수상자는 일찌감치 정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주요 매체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북중미월드컵 조추첨식은 유난히 복잡하고 정치적인 자리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당초 FIFA의 계획대로라면 이번 행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려야 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FIFA에 워싱턴으로 장소를 옮길 것을 ‘권유’했다고 알려진다. 물론 FIFA도 적절한(?) 대가를 받았다. 대관료를 지불하지 않은 것이다.

케네디신터 관계자들은 “FIFA가 수백만 달러를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FIFA는 이에 대한 논평을 전혀 내놓지 않았고, 관련 문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유력 통신사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도한 존재감을 보였다. 축구는 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도 트럼프 대통령의 ‘FIFA 평화상’ 수상에 물음표를 던졌다.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사태, 콩고민주공화국 분쟁 종식을 위한 노력으로 수상의 영예를 받았다고 했으나 “정치인에게 이 상을 전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란 전직 FIFA 관계자의 코멘트를 인용하며 부정적 뉘앙스의 리포트를 전했다.

‘포브스’의 보도도 거의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FIFA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스포츠 분야에는 최소 12개 이상의 가치있는 단체가 이러한 노력(분쟁 종식 등)을 기울여왔기에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선정 근거에 대해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적었다.

동시에 인판티노 회장의 행태 역시 도마에 오른 상태다. 틈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한 것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뉴욕 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은 월드컵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보스턴 시장과 충돌한 뒤 월드컵 경기 개최를 취소시키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남장현 기자 yosih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