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투‘매클레리송’만들어줄게

입력 2008-06-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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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 외국인 선수는 카림 가르시아(33)만 있는 듯 했다. 가르시아는 화려한 홈런포를 펑펑 쏘아올리며 ‘강림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어냈다. 부산팬들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한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롯데엔 용병이 한 명이 더 있었다. 투수 마티 매클레리(34). 경기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던 그가 마침내 부산의 홈 관중들 앞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흐린 하늘과 쌀쌀한 기온에도 불구하고 사직구장을 찾은 1만4000여 관중에게 귀중한 승리를 선물했다. 머리 위에 드리워진 가르시아의 장막을 직접 걷어내는 순간이었다. 매클레리는 3일 사직 두산전에서 8.1이닝 4안타 3볼넷 1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9회 1사 후 두산의 테이블세터 이종욱과 김현수에게 연속 안타를 맞지 않았다면 한국 무대 첫 완봉승도 가능할 뻔 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잠시 흔들린 매클레리 대신 마무리 최향남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1루 쪽을 가득 메운 롯데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매클레리에게 박수를 보냈다. 매클레리의 데뷔전 직후 ‘투수(Pitcher)’가 아니라 ‘던지는 사람(Thrower)’일 뿐이라고 호되게 비판했던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도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매클레리의 어깨를 자랑스럽게 토닥거렸다. 매클레리는 휴식일이던 전날 사직구장 인근 볼링장에서 아들 터커의 돌잔치를 열었던 참이었다. 아내 레슬리가 직접 제작한 초청장을 돌리면서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우리 가족이 모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기뻐했었다. 롯데에 27일만의 단독 2위 자리를 안겼을 뿐만 아니라 터커에게도 좋은 생일 선물이 된 셈이다. 게다가 ‘두산 천적’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전날까지 매클레리의 성적은 3승2패에 방어율 5.28. 그런데 두산전에서는 달랐다. 지난달 9일 잠실에서 두산을 상대로 한국 무대 첫 완투승을 거둔 데 이어 이날도 두산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하지만 두산전 호투의 비결을 묻자 “우리 리그에 있는 타 팀 타자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담담히 말했다. 다만 “투구 하나하나마다 집중했다. 2사 이후에도 공격적으로 피칭하려고 했고, 1번부터 적극적으로 상대한 게 오래 던진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가르시아에게는 헨델의 ‘메시아’에서 멜로디를 따온 ‘가르시아송’이 있다. 이제 매클레리에게도 ‘매클레리송’이 하나 생길 듯 하다.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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