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말 바꾼 통역사…전문가 “오타니, 알고 갚아줬다면 처벌 대상”

입력 2024-03-22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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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29)가 ‘영혼의 단짝’으로 묘사됐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39)의 도박 스캔들로 곤경에 처했다.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줬다는 의혹 때문이다.

오타니는 미즈하의 불법 도박 빚을 자발적으로 대신 갚아준 걸까. 아니면 잇페이가 오타니 몰래 그의 은행계좌에서 수백만 달러를 훔친 걸까.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이 사건에서 현재 가장 큰 의문점이자 향후 논쟁의 중심이 될 사안이다. 만약 알고 했다면 오타니는 법적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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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직접 도박을 했다거나, 미즈하라의 베팅을 사전에 알았다는 주장은 제기된 바 없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건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불법 도박업자 매튜 보이어를 연방 수사당국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오타니의 이름으로 보이어의 관련 계좌에 50만 달러 씩 2차례 송금된 자료를 찾아낸 것. 미즈하라는 보이어를 통해 스포츠 베팅을 시작했으며 불법인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약 40개 주에서는 스포츠 베팅이 합법이지만 캘리포니아 주에선 불법이다.

보이어의 변호사는 21일(이하 현지시각) CBS스포츠에 자신의 의뢰인이 오타니와 접촉한 적인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보이어가 아직 범죄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고 LA 타임스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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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할 점은 미즈하라가 보이어에게 송금한 돈에 관해 말을 바꿨다는 사실이다.

그는 19일 ESPN과 인터뷰에서 도박 빚 450만 달러(약 59억 원)를 오타니가 대신 갚아주기로 합의 한 후 송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기분이 상했지만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겠다며 본인 컴퓨터에 직접 로그인 해 송금했다고 미즈하라는 주장했다.

오타니가 돈을 직접 주지 않은 것은 그 돈을 다시 도박에 쓸 수 있다는 불신 때문이었으며, 그냥 준 게 아니라 빌려준 것이라고 미즈하라는 말했다.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의 1년 수입은 30만 달러(3억 900만 원)에서 50만 달러(6억 6000만 원) 사이다.

미즈하라는 그러면서 “오타니는 도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나는 이것(캘리포니아 주에서 스포츠 베팅)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나는 힘들게 교훈을 얻었다. 다시는 스포츠 베팅을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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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은 오타니 측에 미즈하라의 주장을 확인했다. 오타니의 대변인은 20일 오타니의 법률 대리인과 연락을 취한 후 미즈하라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어 오타니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버크 브레틀러 LLP는 성명을 내고 “최근 언론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오타니가 대규모 절도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관련 당국에 사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이후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활동이나 부채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오타니가 송금을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기존 주장을 뒤집었다. 그리고 LA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오타니 측은 하루 새 태도를 180도 바꿨다. 19일에는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려 송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 “미즈하라가 모두 꾸며낸 얘기”라며 그를 수백만 달러를 훔친 도둑으로 묘사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위 있는 도박 법 전문가 넬슨 로즈(Nelson Rose)는 21일 CBS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미즈하라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에 따라 오타니의 과실이 결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갚기 위해 고의로 돈을 송금했다면 미즈하라 또는 도박업자에게 직접 송금한 것으로 간주되어 불법 도박꾼의 채무 해결을 공모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오타니는 도박업자가 (도박꾼에게)빌려준 자금을 회수하는 일을 도운 셈이죠. 만약 오타니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동의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라고 로즈 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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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타니가 자발적으로 미즈하라나 보이어에게 돈을 건넸을 경우에만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오타니의 법률대리인이 주장한 것처럼 미즈하라고 돈을 훔친 것이라면 오타니는 공범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변호사들이 모두에게 닥치라고 말하지 않았는 지입니다”라고 덧붙였다.

MLB 규정에 따르면 선수를 포함해 리그 관계자들의 야구(및 소프트볼) 도박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지만 합법적으로 다른 스포츠에 베팅하는 것은 허용된다.

미즈하라는 ESPN과 인터뷰에서 야구에는 베팅 한 적이 없으며 대신 국제 축구, NBA, NFL, 대학 미식축구에 베팅했다고 주장했다.

MLB는 관련 보도 전까지 이번 건에 관해 수사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않았다. 더불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LB 관계자는 “오타니는 현재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고 디 애슬레틱에 전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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