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조상현 감독. 스포츠동아DB
그러나 조상현 감독(47)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다르다. 강력한 수비를 앞세워 전반기를 2위(17승12패)로 마무리하더니 후반기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달리 아셈 마레이를 뒷받침할 2옵션 외국인선수 단테 커닝햄이 확실히 뒤를 받치고, 적극적인 로테이션을 통해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한 전략이 통했다.
타 팀 감독들도 LG의 변화를 인정한다. KT 서동철 감독은 “LG는 장점이 많은 팀이다. 수비 쪽에서 장점이 많다. LG는 선수를 골고루 기용하는 팀이라 백투백 경기 등에 따른 체력 저하도 큰 의미가 없는 듯하다”고 밝혔다. SK 전희철 감독 등 상위권 팀의 사령탑들도 LG의 강력한 수비를 경계하고 있다.
단순히 상위권 경쟁이 아니다. 선두 안양 KGC(25승11패)도 가시권에 있다. 꾸준히 2~3경기 차이를 유지하며 호시탐탐 선두를 엿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 감독도 선두 경쟁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곤 한다.
그러나 조 감독은 지금의 상황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늘 그랬듯 “지금도 성장 과정이다. 6라운드가 모두 끝났을 때도 같은 평가를 받아야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1위 욕심’이 없을 순 없지만, 눈앞의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조 감독의 철학이다. 그는 “연패에 빠지면 바로 6위권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최종 성적은 6라운드에 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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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감독은 “더 잘해서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기보다 매 경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한 경기를 통해 선수들도 나도 뭔가를 배우면 시즌이 끝났을 때 뭔가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흔한 말로 설레발을 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성적은 나중에 분명히 받을 것이다. 선수들도, 나도 지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팀당 54경기 체제의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여러 변수와 맞닥뜨려야 한다. 한 장의 잎사귀와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운영이 필요할 때도 있다. 조 감독이 당장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