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 티띠꾼, 고진영 잡나?

20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CC에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반면,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슈퍼 루키’ 아타야 티띠꾼은 리더보드 최상단을 점령했다. 3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는 고진영(왼쪽)과 티띠꾼. 사진제공 l BMW코리아

강원 원주서 열린 LPGA투어 BMW 레이디스챔피언십 1라운드

티띠꾼, 이글1개·버디 7개 9언더파
우승땐 신인왕·세계랭킹 1위 꿰차
고진영 악전고투…美진출 첫 80타
“실력탓, 손목 핑계 대고싶지 않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과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슈퍼 루키’ 아타야 티띠꾼(태국)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티띠꾼은 리더보드 최상단을 점령했지만, 8주 만에 필드에 복귀한 고진영은 안방에서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티띠꾼은 20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C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28억8000만 원) 1라운드에서 단 하나의 보기도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보태 9언더파 63타를 기록하며 단독 1위로 치고나갔다. 13번(파4) 홀에서 샷 이글을 하는 등 안정적 기량이 돋보였다. 8언더파로 2위에 오른 한국의 아마추어 김민솔(16·수성방통고)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유럽여자골프투어를 거쳐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티띠꾼은 2승을 거두며 신인왕 경쟁에서 최혜진(23)을 제치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최혜진에 243점차 앞서 있는 티띠꾼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사실상 신인왕을 굳힌다.

더 주목되는 건 세계랭킹이다. 20일 기준 1위 고진영의 세계랭킹 포인트는 7.59, 2위 티띠꾼은 7.24점이다. 둘의 격차가 0.35에 불과해 티띠꾼의 우승 등 최종 순위에 따라 여자골프 ‘세계 넘버 1’의 주인공이 바뀔 수 있다.

티띠꾼은 13번 홀 이글에 대해 “캐디가 옆에서 좀 짧게 치라고 했는데, 내가 공격적으로 플레이한 게 운 좋게 샷 이글로 이어졌다”며 “일단 1라운드는 스스로 생각해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으로 마쳐 기분은 좋지만 2라운드는 또 새롭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랭킹 1위에 대해 묻자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나는 매번 내 샷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고진영은 힘든 하루를 보냈다. 손목 부상 후유증으로 8월 CP 위민스 오픈 이후 8주 만에 실전에 나섰지만 버디 3개에 보기 6개를 적어내고, 18번(파5) 홀에서는 연이은 티샷 미스로 무려 5타를 잃는 퀸튜플보기를 범하는 등 악전고투했다. 합계 8오버파 80타를 쳐 78명 참가 인원 중 공동 76위에 처졌다. 고진영보다 못 친 선수는 엔젤 인(미국·9언더파) 단 1명뿐이었다. 고진영이 80대 타수를 기록한 것은 미국 진출 후 이번이 처음이다.

고진영은 “예상보다 더 힘든 하루를 보냈다. 속상하긴 하지만, 손목 핑계를 대고 싶진 않다. 내 실력이 모자랐을 뿐”이라며 “골프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하루였다”고 말했다. 함께 플레이한 티띠꾼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고 높이 평가한 그는 “부족한 점을 채워 내일부터라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아림(26)이 6언더파 공동 3위에 자리했고, 김효주(27), 박성현(29), 최혜진은 나란히 3언더파 공동 9위에 자리했다.

원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