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다바꾸시오!”…기술위대표팀에7가지쓴소리

입력 2008-07-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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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총사퇴 의사를 밝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국가대표팀에 대한 쓴 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기술위는 4일 오전 회의를 갖고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문제점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언제나 대표팀 감싸기에 급급했던 기술위가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했지만, 허 감독이 출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에선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핑에 나선 이영무 위원장은 우선 선수들의 정예화를 꼽았다. 예선을 통해 여러 선수를 시험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9월 시작될 최종예선에선 더 이상의 시험은 안되며 정예화를 통해 최강 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3차 예선과 최종예선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팀을 꾸려야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빠른 공수 전환과 효율적인 템포 조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템포 빠른 패스와 공수 전환이야말로 전력 향상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의미이다. 고질에 가까운 골 결정력도 도마에 올랐다. 유로 2008을 관전하고 돌아온 허 감독이 한국과 차이점을 설명할 때 예로 들었던 부분이다. 이 위원장은 “문전 마무리를 위해 정확한 크로스와 문전 쇄도 빈도를 높여야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대표팀은 3차 예선 6경기에서 고작 10골(PK 3골 포함) 밖에 넣지 못하는 등 지독한 골 결정력 부족에 시달렸다. 세트피스를 질책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 위원장은 “강팀과 승부에서 세트피스가 승부를 좌우한다”면서 “측면 돌파와 과감한 중거리 슛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적절치 못했던 선수 교체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부상자나 팀 전술 쇄신을 위해 정확한 교체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요르단과 홈 경기 때 한국은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김남일을 빼 디펜스가 불안해졌고, 결국 2골을 내리 내줘 비겼다. 선수들의 안이한 태도와 정신력도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그간 한국 축구는 정신력이 강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유로 2008에서 터키 선수들의 투지와 정신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이날 기술위원회가 지적한 문제점들은 한국대표팀의 전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오랜만에 기술위원회가 본분을 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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