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대표팀이 16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과테말라와의 평가전에서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전반 상대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김근환과 이근호의 릴레이골을 묶어 역전에 성공했다.
사실 이날 경기는 평가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관전 포인트는 누가 최종 수능시험에 합격하느냐였다. 그러다보니 최종 엔트리에 들기 위한 선수들 끼리의 경쟁이 볼만했다. 이런 경쟁 속에서 가장 눈에 띈 태극전사는 바로 이근호(23·대구)였다. 후반 35분에 이청용과 교체 투입된 이근호는 겨우 1분 남짓한 시간에 과감한 슛으로 올림픽호의 한자리를 예약했다.
이근호는 최근까지도 박성화 감독을 무서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감독이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을 이끌 무렵 그는 박주영, 김승용 등에 밀려 경기에 제대로 출전해 보지도 못했다. 베어벡 감독이 물러나면서 박 감독이 다시 올림픽 사령탑으로 들어오자 가장 걱정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옛날 생각을 하면 또 다시 물먹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할만했다.
하지만 이근호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박 감독을 맞았다. 박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였던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멋진 왼발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도 그간의 설움을 모두 날려버리는 골이었다. 이후 꾸준한 기량을 보여준 이근호는 이제 박성화호의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쩍 컸다. 올림픽대표팀이 꾸려진 후 이근호는 14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 공격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이근호는 경기 후 “골은 운이 좋았다. 엔트리 발표는 의식하지 않았고 홍명보 코치가 교체 투입될 때 파이팅을 주문했는데 이를 잘 따랐다. 감독님은 스페인 때부터 짧고 빠른 패스 위주의 템포 축구를 요구했다. 비록 발을 맞출 시간은 없었지만 생각보다 잘 맞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박 감독은 전반 윤원일, 조영철, 김근환 등을 투입하며 경기력을 테스트했으나 전반 32분 골키퍼 정성룡의 어이없는 실수로 한 골을 헌납하자 후반에는 정예 멤버를 내보냈다. 이근호, 김승용, 박주영 등을 투입,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주도권을 쥐었고, 후반 11분 수비수 김근환이 오른쪽 코너킥을 받아 동점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데 이어 이근호가 역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안산=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