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되지, 몸매 되지, 영어 되지, 축구 잘하지….
모든 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갖춘 축구 선수가 있다. 바로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 기성용(20·FC서울)이 그 주인공.
기성용은 11일 이란과의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박지성의 동점골에 기여했다.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의 깔끔한 플레이. 날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하는’ 그의 모습에 한국 축구계는 한껏 고무돼 있다.
○막내이자 분위기 메이커
이란 원정에서 ‘꽃미남 스타’ 기성용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전방과 후방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했고, 코너킥과 프리킥 등 왼쪽 세트피스에서 탁월한 면모를 과시했다.
중원 맞상대인 이란의 수비형 미드필더 네쿠남과의 대결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다에이 이란 감독조차 “박지성에게 몰입하느라 몇몇 주요 선수를 놓쳤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고, 이란 취재진도 “기성용이 누구냐”고 거듭 물었다.
경기가 끝난 다음날 현지 언론은 박지성을 비롯, 기성용의 사진으로 도배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7만여 관중이 가득 들어찬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적진의 한복판을 찾아 “대∼한민국”을 외치는 400여 붉은 악마와 현지 교민들을 향해 박수를 유도하는 모습이었다.
허정무호 막내이자 분위기 메이커로서 손색없는 장면. 대표팀의 사기가 충천한 것은 물론이다.
○유창한 영어실력
대표팀 동료들이 상대의 거친 파울에 가로막혀 쓰러질 때면 이란 팬들의 야유를 한 몸에 받아가면서도 곧바로 달려 나가 해당 선수와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다소 거친 욕설까지 시도하며 몸싸움을 했다.
기성용은 “상대가 우리에게 일부러 태클하는 게 느껴졌다. 몹시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만히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충동이 아닌 어느 정도 계산된 행동이었음을 시사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기성용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났다. 호주 유학시절 배운 영어 실력을 발휘한 것.
기성용은 현지 언론과의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했다.
대표팀 한 관계자는 “(기)성용이가 대단히 발전했다. 경험만 좀 더 쌓이면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겸손함 까지 겸비
그렇다면 본인의 생각은 어떠할까.
K리그 최고 스타로서 우쭐한 기분을 느끼지 않느냐는 물음에 “(박)지성이 형만큼은 돼야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배워나가고 인내를 키워나갈 수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동료들의 의견도 흥미롭다.
이근호(대구FC)는 “(기)성용이의 프리킥과 과감한 움직임 덕분에 좋은 플레이가 이어졌다”고 칭찬했고, 염기훈도 “어린 선수임에도 볼 때마다 성장을 하는 것 같다.
첫 소집에 봤을 때보다 한 달 후에 봤을 때 더 성장한 느낌을 받았다”며 갈수록 발전하는 기성용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