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웠던이란전뒷얘기]지성헤딩골오프사이드될까십년감수

입력 2009-02-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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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재실점에흥분한동료들달래…조용형태클태극전사도가슴철렁
허정무호는 ‘원정팀의 지옥’ 테헤란에서 귀중한 승점 1을 확보해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앞당길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엔 갖가지 사연들이 존재했다. 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이란 원정, 감춰졌던 뒷얘기를 풀어본다. #1 “오프사이드인 줄 알았어요” 헷갈릴 법도 했다. 7만여 팬들의 함성으로 뜨겁게 달궈졌던 아자디스타디움이 일순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후반 14분 오른쪽 풀백 오범석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문전에 자리 잡았던 이근호가 시원한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볼은 이란 골키퍼 라흐마티의 키를 넘겼으나 크로스바를 때렸다. 갑자기 적막이 흐른 경기장. 슈팅의 주인공 이근호도 오프사이드로 알아 처음에는 아쉬워하지도 않았다. 후반 36분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기성용이 아크 오른쪽에서 시도한 프리킥이 라흐마티의 팔에 걸려 나온 것을 박지성이 헤딩 동점포로 연결했을 때, 역시 적막이 감돌았던 것. 태극전사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모두 주심을 쳐다봤고, 결국 골 판정이 내려지자 그 때서야 환호하며 벅찬 기쁨을 나눴다. #2 “첫 실점, 차라리 잘 됐다” 0-0 상황. 수비에 가담했던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가 이란의 중원 요원 카제미에게 파울을 범했다. 한국의 골 지역 왼쪽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였다. 키커는 네쿠남. “아자디에서 지옥을 맛볼 것”이라고 허정무호를 자극시켰던 그는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으로 이운재가 지킨 한국의 골문을 열었다. 썰렁해진 벤치. 냉정하게 경기를 주시해온 허정무 감독도 얼굴이 벌겋게 상기됐다. 하지만 그라운드 분위기는 달랐다. 주장 박지성과 첫 실점을 내준 이운재는 “차라리 잘 됐다. 어차피 급한 쪽은 이란 애들이야”라며 흥분한 동료들을 달랬다. 그것이 동점골을 만든 심리적인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3 “페널티킥 줘도 할 말 없어요” 경기 후 다에이 이란 감독은 “호주 심판이 전반전에 당연히 줘야 할 페널티킥을 주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 연출됐다”고 격노했다. 전반 23분 한국 센터백 조용형이 우리 골 지역을 돌파하던 하세미안에게 강력한 태클을 가해 넘어뜨린 장면을 의미한다. 혈전 다음날(12일) 대다수 현지 신문들은 조용형과 하세미안의 사진을 실어 호주 출신 윌리엄스 벤야민 주심의 판정이 잘못됐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태극전사들은 “설령, 페널티킥을 줬어도 할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는 후문. 그러나 이런 애매한 상황은 비일비재할 뿐 아니라 한번 내려진 판정을 번복할 수는 없는 법. 절반의 성공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동영상 제공: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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