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런 김 감독에게 서울행은 큰 도전이었다. 그러나 서울이 2019시즌(3위) 이후 4시즌 연속 파이널라운드 그룹B(7~12위)에 그치며 체면을 구긴 상황이라 “서울의 명가 재건에 도전한다”는 동기부여가 컸다.
다만 올 시즌 초반 시행착오는 불가피했다. 개막 후 4라운드까지 광주FC(0-2 패)~인천 유나이티드(0-0 무)~제주 유나이티드(2-0 승)~강원FC(1-1 무)를 상대로 지리멸렬한 경기력을 보이며 우려를 낳았다. 선수단의 수준은 높지만, 매 시즌 어려움을 겪었던 과거를 되풀이하는 듯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식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다들 그동안 너무 편하게 공을 찬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축구를 따라오려면 수비와 공·수 전환 반응이 더욱 빨라야 하고, 인식과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그러나 선수 탓만 하진 않았다. 3월 A매치 휴식기 이후 “시즌 초반 상대에 맞춰 전술변화를 시도했지만 선수들이 단기간에 큰 변화를 겪다보니 혼란스러워 한 것 같다. 그 점은 선수들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포항에서나 서울에서나 선수들을 향한 ‘자극’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면서도 자신의 축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김 감독은 “(임)상협이나 일류첸코 등이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것 같아 명단에서 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자극을 준 덕분에 선수들 모두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선수들의 경기력이 상승하고 있다.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김천 상무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5라운드 홈경기에선 5-1 대승을 거두고 반전의 발판을 확보했다. 순위도 4위(2승2무1패·승점 8)로 올라 김 감독의 포항 시절 신화가 서울에서도 이어지리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기본적인 틀만 갖춰지면 경기력에 기복이 사라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시 어려움이 생길 수 있겠지만, ‘내 축구를 왜 이해하지 못하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