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모스크바리포트]레닌동상앞엔축구잔치,혁명도시는축구도시로

입력 2008-05-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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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3시45분(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첼시의 2007∼20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릴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을 찾은 건 오전 9시경(현지시간). 가랑비에 젖은 스타디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정문 앞에 있는 레닌 동상이었다. 여기저기 ‘파이널 모스크바 2008’이 적힌 플래카드가 보이지만 결코 현란하지도, 눈길을 끌지도 못했다. 레닌 동상을 비켜서 눈에 들어온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우선 규모에서 위압감이 들 정도였다. 1956년 지어진 경기장이지만 그 위용만큼은 여전했다. 주변에 강이 흐르고,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명당’이라고 할만하다. 주위는 스포츠 박물관을 포함한 여러 시설이 들어선 복합스포츠센터여서 그 규모가 엄청났다. 한바퀴 둘러보면 피곤할 정도. 결승전 3일을 앞두고도 여기저기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고, TV 중계 카메라 설치작업 등이 한창이었다. 그동안 루즈니키는 3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1980년 올림픽과 1997년 850주년 모스크바시 기념행사, 그리고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그만큼 이번 경기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가장 최근의 매진 사례는 2007년 10월 유로2008 예선 잉글랜드전이었는데, 이번 결승전 또한 매진을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루즈니키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다는 자체만으로도 자긍심을 갖는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당초 보안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UEFA가 공인한 5성급 경기장 가운데 하나로서, 충분히 결승전을 치를만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또한 원래는 인조잔디이지만,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임시로 천연잔디로 교체했다. 관중 유치를 위해 외국 팬들의 경우 결승전 입장권을 입국비자로 대체했고, 결승전 경기도 시청률을 고려해 밤 10시45분으로 늦춰 잡았다. 이런 노력들은 고스란히 수익과 위상제고로 이어진다. 비록 바가지 요금으로 비난을 사고 있지만, 모스크바 시내의 호텔방이 동이 나고,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돈을 뿌리며, 전 세계 10억명 이상이 결승전을 본다. 그것만으로도 러시아는 실익을 얻었고, 축구의 위상은 높아졌다. 히딩크가 이끄는 러시아축구대표팀이 잉글랜드를 제치고 유로2008 본선에 올라 경사가 났고,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제니트가 UEFA컵을 차지해 춤을 췄던 러시아 축구다. 비록 잉글랜드 클럽간의 결승전이지만 이번 대회 유치를 발판삼아 유럽의 변방에서 중심국으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이 확연히 들여다보이고 있다. 모스크바=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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