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엠립 앙코르 유적.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신들의 도시 시엠립
캄보디아의 시엠립까지 직항로가 개설되기 전 방콕을 통해 육로로 18시간을 달려야 했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비포장인데다 우기에 만들어진 물 웅덩이와 울퉁불퉁한 진흙 길은 시속 30km 이상을 내기 힘들었다. 좌우로 평야가 지루하게 이어지던 먼지 가득한 길을 달려 밀림의 그 유적을 만났었다. 고생스러웠지만 해볼 만한 여정이었다. 직항로가 개설된 지 몇 년이 되었고,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갔다. 시간이 흐른 만큼 시엠립은 번화해졌고 평온 대신 활기가 넘쳤다. 그 사이 유적은 안녕했는가.
바욘의 3층 테라
미소에 취해 미로에 빠지다
거대하고 높은 탑, 깊은 양감의 조각상, 쉼 없이 이어지는 벽의 조각들도 볼 만하지만 앙코르톰의 입구를 비롯해 몇 곳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온화한 미소의 얼굴들에게 시선이 간다. 이 얼굴들은 바욘에서 쉽게 그리고 많이 만날 수 있다. 그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3층의 테라스로 올라가야 한다. 사실 바욘이 3층의 구조물이라고는 하지만 무너지고 막힌 곳, 복잡한 구조 탓에 명확하게 구분하면서 감상하기는 힘들 것이다.
대략적으로 보면 1층은 주로 주변국과의 전쟁을 비롯해 역사와 문화적인 모습을 추측해볼 수 있는 부조들이 가득한 회랑 부분이고, 3층은 테라스 같은 오픈된 공간으로 ‘앙코르의 미소’라 불리는 바욘의 얼굴을 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바푸온 진입로.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북쪽의 출구를 통해 나와 바욘을 등지고 직진해서 왼쪽이 바푸온이다. 앙코르톰이 건설되기 전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큰 연못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바푸온에 닿는다. 다리의 중앙 부분은 왕이 다니는 길이고 좌우로 높이가 조금 얕은 곳은 신하, 그리고 다리 아래로는 천민이나 짐승이 다니는 길이었다고 한다. 바푸온은 공사 중이라 내부를 들여다볼 수는 없는데, 시엠립의 유적들은 보수를 위해서 언제 어느 유적에 천막을 치고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할지 모르는 일이다.
정리=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 협조 및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