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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때부터 지금까지 공항과 이웃하며 살아왔다. 거대한 비행기가 늘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유년시절엔 동네 뒷산에서 친구들과 돌팔매질을 하며 비행기 맞추기 내기를 했다. 물론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언젠가는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 우리 동네에 기내 화장실 인분을 살포한다는 괴소문이 나돌았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날면 찜찜한 마음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가리곤 했다. 큰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웃사촌 같기만 하던 비행기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아이 때는 들리지 않던 소음이 세월과 함께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열었고, 동네에는 평화가 찾아들었다. 하지만 가끔 옛 친구가 그리워지곤 했다. 그럴 때면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무언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인천공항을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차를 이용할 수도 있고 편안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는 것도 좋다. 서울 지하철과 연결되는 공항철도와 인천공항과의 거리를 좀 더 가깝게 해준 KTX 까지. 내가 어디에 있던지 공항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다.
가는 길에 항상 만나는 영종대교. 가슴 속까지 후련하게 펼쳐진 그 풍광을 스칠 때면 떠나기 전의 긴장감은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공항에 가면 무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솔직히 특별한건 없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어슬렁거리며 이것저것 관찰하고 다니는 게 대부분이다. 그 안에는 다양한 표정들이 있다.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표정들, 지난 여행을 정리하는 그리고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는 모습들. 그 순간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수많은 표정과 모습들 속에서 내가 보지 못한 내 모습을 찾아본다.
출국할 때면 늘 부탁 받는 것이 있다. 공항의 꽃이자 쇼퍼Shopper들의 파라다이스 면세점 쇼핑. 탑승 구간을 화려하게 수놓은 그 길은 떠나기 전 대한민국이 건네는 마지막 선물이다. 그럼에도 쇼핑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그저 작별을 준비하는 곳. 1%의 소비 욕구와 함께 떠오르는 건 이제 정말 떠난다는 생각, 그 뿐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대리 쇼핑, 작별의 준비 그 어느 것도 필요치 않다.
인천공항에 오면 꼭 들리는 음식점이 있다. 특별한 맛 보다는 특별한 경치가 있어 늘 찾고 싶어지는 곳. 활주로를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일부러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탁 트인 활주를 바라보고 있으면 공항에도 어느새 밤이 찾아든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공항이지만 밤의 고요함을 모르는 건 아니다. 북적이던 출국장엔 사람보다 텅 빈 의자들이 더 많아지고, 홀로 캐리어를 끄는 이는 살며시 공항 밖으로 자취를 감춘다. 슬슬 돌아가고 싶어지는 장면이다.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당당히 동북아시아 허브로 자리매김하였다. 국제공항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올해까지 10년 연속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됐고, 2011년에는 ‘명예의 전당’에도 등재되었다. 이제 15살의 철모를 나이, 그 위대한 업적에 그저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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